정부, 한진그룹에 최후통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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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경영권 내놓든지 지원 포기하든지”
조양호 회장, 선택 앞두고 고심
정부, 4월 다섯 째주 靑-政 서별관회의 열어… 해운업 구조조정 방안 집중 논의

총선 이후 구조조정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부의 칼끝이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을 향하고 있다.

정부는 다음 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이 참여하는 ‘서별관회의(비공개 경제금융점검회의)’를 열어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진해운의 처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20일 “기존의 구조조정 협의체와는 별개로 정부 최고위층에서 한진해운을 포함한 해운업 구조조정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라며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최근 한진그룹과 조양호 회장(사진) 측에 경영권 반납 등을 포함한 고강도 자구책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말 조 회장을 직접 만나 이 같은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 현대상선처럼 채권단의 관리하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 절차를 밟을 것인지, 아니면 채권단의 지원 없이 독자적인 생존전략을 모색할 것인지 결단을 내리라고 압박한 것이다. 정부의 최후통첩을 받은 조 회장은 이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조 회장이 현대상선의 길을 선택하게 되면 경영권까지 내놓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사재(私財) 300억 원을 출연하는 한편 사내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며 ‘백의종군’의 길을 택했다. 현재 현대상선은 채권단과 조건부 자율협약을 맺고 용선료 인하, 사채권 만기 연장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만약 조 회장이 독자생존을 선택한다면 그룹 지원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자구안을 찾아야 한다. 이 경우 채권단의 추가 지원을 받지 못해 유동성 위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

해운업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도 이전보다 한층 강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는 추가 금융 지원을 하더라도 양대 선사를 모두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지만 지금은 읍참마속(泣斬馬謖)이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번지고 있다.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양대 국적 선사라고 해서) 둘 다 살리는 일은 없다”며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지 않게 필요한 부분은 정리하고 가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현대상선 못지않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최근 한진해운이 ‘한진’ 상표권과 영국 런던 사옥 매각 등을 통해 5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자구안을 내놨지만 이 정도 수준의 대책으로는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해운은 조 회장의 동생인 조수호 회장이 2006년 별세한 뒤 부인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경영해 왔다. 하지만 2013년 4000억 원대의 영업적자를 보는 등 경영난을 겪다 결국 2014년 조양호 회장 손으로 넘어왔다. 지난해 말 한진해운의 부채 비율은 847.8%로 7조 원에 이르는 부채 때문에 연간 3000억 원이 넘는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또 당장 올해 6월에만 1900억 원, 9월 310억 원의 공모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현재 산업은행과 여러 방안을 협의 중이며 계획이 확정 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장윤정 yunjung@donga.com /세종=이상훈 /김성규 기자
#한진해운#경영권#조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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