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벤처기업 지원, 투자규모보다 파트너 전문성이 중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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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기술 집약적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이나 경영 노하우 컨설팅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제도적 지원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은 물론이고 민간 영역에서도 벤처캐피털의 규모와 역할이 점점 커지는 추세다. 심지어 대기업들도 사내 벤처캐피털을 설립, 운영하며 외부의 스타트업 기업들을 지원한다.

이렇듯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자금, 판매책 등을 지원받아 크게 도약할 기회가 과거에 비해 많아졌다. 그러나 비즈니스 파트너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게 마냥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좋은 파트너를 만나 길게 오래 살아남는 게 어떤 면에서는 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워싱턴대와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1986년부터 2007년까지 22년간 미국의 198개 의료기기 벤처기업이 어떤 파트너를 만나 자금 지원을 받았는지, 그리고 그것이 혁신적인 성과를 내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관찰했다. 분석 결과 벤처기업들이 전문 벤처캐피털과 파트너십을 맺을 때는 비교적 효과적인 혁신 성과를 내는 반면에 대기업이 운영하는 벤처캐피털이나 정부 기관과의 파트너십은 그리 효과적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파트너를 만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는 관습과 사고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벤처캐피털이나 정부기관은 수동적이거나 위계적인 자세를 보이고 의사결정이 느리다. 이들은 벤처기업에 일괄적인 처방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고 외형적인 성장에 중점을 둔다. 그 결과 양자 간에 자유로운 기술의 공유와 혁신이 잘 일어나지 않았다.

이 연구는 한국에도 시사점을 준다. 경제 성장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기술벤처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다양한 제도가 활성화되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대기업과 정부기관이 스스로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하고 벤처기업 마인드로 변하지 않는다면, 이들의 투자 지원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벤처기업 역시 자금 지원을 받으려는 궁극적 목적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고 장기적으로 누가 최적의 협력 파트너인지를 신중해 고민해야 할 때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벤처기업#지원#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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