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카페]애플엔 없고… 한국 신제품에만 있는 여성모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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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산업부
김지현·산업부
전자업계에서 신제품이 쏟아지는 봄이면 산업부 기자의 e메일함에는 관련 보도자료가 매일 쏟아져 들어온다. 최근 두 달간 들어온 보도자료에 첨부된 홍보용 사진들을 하나씩 클릭해 봤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공통점이 하나 있다. 10건 중 7건꼴로 제품을 들거나 제품 옆에서 활짝 웃는 여자 모델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에어컨이 나오면 딱 붙는 미니 원피스를 입은 여성 모델이 에어컨 사이에 아찔한 포즈로 서 있다. 스마트폰 행사장에선 가슴골이 훤히 보이는 상의 차림의 여성 두 명이 제품을 에워싸고 웃고 있다. 모니터 판매를 알리는 보도자료에선 짧은 치마를 입은 채 따라 하기도 어려운 기이한 포즈로 바닥에 누워 있는 여성 모델이 모니터를 강조하고 있었다.

신제품 공개 기자간담회장에서도 사장이나 사업본부장 양옆에 임직원이 아닌 여성 모델들이 서 있을 때가 비일비재하다. 여성 모델 옆에 서 있는 임원들도 편안한 표정은 아니다. 해외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 때는 심지어 그 나라 여성 모델들에게 ‘야한’ 전통의상을 입혀 등장시키기도 한다.

‘한국 기업만 이러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에 해외 기업들의 보도자료도 함께 살펴봤다. 최근 국내에서 공기청정기 공개 행사를 가진 스웨덴 기업은 정장 차림의 본사 마케팅 담당 이사를 제품 옆에 세운 사진을 배포했다. 일본 전자업체들의 보도자료에도 각각 제품 사진 또는 남녀 모델이 일상복을 입은 이미지컷만 첨부돼 있었다. 모든 해외 기업들이 정장이나 일상복 모델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기업보다는 빈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여성 모델이 사람들의 눈길을 한 번에 끌기에 가장 좋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 짧은 찰나의 눈길이 제품 판매로 이어지는지는 의문이다.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아이폰을 소개하면서 단 한 번이라도 헐벗은 여성 모델 옆에서 어색하게 웃고 서 있던 적이 있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다. 최근 들어 삼성전자는 TV 행사장에 여성 모델을 전혀 세우지 않는 등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앞으로 신제품 공개 행사가 줄을 이을 텐데 올해는 한국 기업들의 달라진 홍보 전략을 기대해 본다.

김지현·산업부 jhk85@donga.com
#신제품#여자모델#한국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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