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우유, 재고 눈덩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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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줄여도 소비 감소 못따라가… 가격 비싸 수출도 사실상 불가능
업계, 원유값 연동제 개선요구

우유 소비가 감소하고 있지만 생산량은 그보다 천천히 줄면서 우유 및 분유 재고량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수입 원유(原乳)에 비해 월등히 높은 가격 때문에 수출도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우유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9∼12월 국내 우유 원유 생산량은 52만5000t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55만1000t보다 5.3% 감소했다.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에도 원유 생산량이 5%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우유 재고는 이보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영유아 수가 감소한 데다 우유를 대체하는 영유아용 식품이 많아져 소비가 더욱 빠르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유업계가 남은 원유를 저장하기 위해 만든 분유 재고량은 지난해 12월 1만9995t으로 전년 같은 시기보다 8.2%나 증가했다. 작년 12월 분유 재고를 원유로 환산하면 25만2762t에 이른다. 한 우유업체 관계자는 “몇 년째 이런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무조건 가격을 내려 판매할 수도 없어 뾰족한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분유가 넘쳐나는데도 유제품 수입량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유제품 수입량은 45만4000t으로 전년보다 3.5% 증가했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유가공업체, 제과제빵업체들이 국산 원유 가격의 3분의 1 수준인 외국산 원유를 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유업계는 국산 우유 가격이 높은 원인으로 ‘원유가격 연동제’를 꼽는다. 원유가격 연동제는 매년 8월 1일 소비자물가, 낙농업계의 우유 원유 생산비용 증감을 반영해 업체가 낙농가에 지불하는 원유가격을 정하는 제도다. 일단 가격이 정해지면 임의로 조정할 수 없다.

우유업계는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낙농가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낙농가와 우유업계가 낙농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제도 개선을 논의하고 있지만 큰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우유#낙농업계#원유값연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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