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 살린 원샷법… 대기업-中企 윈윈”

황태호기자 입력 2015-10-14 03:00수정 2015-10-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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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학교수, 與주최 ‘기업활력제고법’ 공청회서 규제완화 효과 발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독일 지멘스와 함께 화력발전 플랜트 분야에서 3강을 이루고 있는 일본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MHPS)은 설립된 지 불과 1년 8개월에 불과한 신생업체다. 하지만 지난해 연매출 1조2000억 엔(약 11조4000억 원)을 거둔 데 이어 2020년까지 2조 엔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MHPS가 설립된 배경에는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원샷법)’이 자리 잡고 있다. 아베 신조 정부가 2014년 1월 기존의 산업활력재생법을 개정해 만든 이 법에는 기업의 사업 재편이나 신사업 진출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돕는 각종 방안이 담겼다. 각자 플랜트 사업을 해오던 미쓰비시중공업과 히타치제작소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합작사 MHPS를 만들 때 일본 정부는 원샷법에 따라 등록면허세를 경감하고 투입한 자본금의 70%를 최장 10년간 손비(損費)로 처리해 주는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 원샷법으로 산업 강화·고용 창출 이뤄내는 일본

13일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실과 새누리당 경제상황점검TF 주최로 열린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 공청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가와구치 야스히로(川口恭弘) 일본 도시샤(同志社)대 법학부 교수는 “일본 원샷법은 정부가 하나가 돼 규제 완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스타일의 법률”이라고 강조했다. 각 성청(한국 정부의 부처)의 관할이 명확히 구분된 일본 정부 시스템에서 모든 성청을 아우르는 법안을 통해 성장정체의 덫에서 빠져 나오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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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샷법의 내용은 사업재편뿐만 아니라 특정 기업의 사업에 대해서만 규제를 완화해주는 ‘기업실증특례’, 명확한 규제가 없는 사업의 적법성 여부를 빠르게 결론 내리는 ‘그레이존(grey zone) 해소’ 제도 등 다양하다.

일례로 전동자전거를 이용한 배달사업을 하는 물류회사 야마토운수는 전동자전거의 최대 보조력이 페달 답력(踏力·페달을 밟는 데 필요한 힘)의 2배로 제한된 기존 규제를 완화해 안전 조치 마련을 조건으로 3배까지 허용되는 특례를 적용받았다. 이를 통해 근력이 비교적 약한 여성과 고령자의 고용 확대를 이뤄냈다. 또 동네 약국이 소비자가 스스로 채혈한 혈액에 대한 검사 결과를 통보해 주는 서비스가 의사법의 의업(醫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그레이존 해소 제도를 통해 결론내기도 했다. 법 개정 후 지난달 말까지 일본에서 원샷법 적용 건수는 56건에 이른다.

○ 야당 “재벌특례법” 반대에 발목 잡힌 한국

한국 정부와 여당도 원샷법을 벤치마킹해 기활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 상임위에 상정조차 못한 상태다. 야당이 ‘재벌특혜법’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서는 기활법이 오히려 중견·중소기업을 위해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상장사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2010∼2014년)간 분할·합병·자산양수도 등 사업재편을 벌인 1428개의 기업 중 중견·중소기업이 1093개로 76.5%를 차지했다. 중견·중소기업의 사업재편 수요가 크다는 의미다.

소한섭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 145곳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절반 이상(56.5%)이 법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44.8%가 기활법 제정 시 신청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도 원샷법 혜택을 받은 기업의 절반 이상이 중소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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