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 두드리자… 달리는 악기가 된 자동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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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車 남양연구소 ‘R&D 아이디어 페스티벌’ 가보니

13일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15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차지한 ‘유캔콘서트’ 팀이 자신들의 작품을 시연하고 있다. 이 작품은 핸들을 두드리면 드럼 소리가 나는 등 자동차 내 각 부분을 악기로 활용해 음악을 연주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13일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15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차지한 ‘유캔콘서트’ 팀이 자신들의 작품을 시연하고 있다. 이 작품은 핸들을 두드리면 드럼 소리가 나는 등 자동차 내 각 부분을 악기로 활용해 음악을 연주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둠 둠 둠 쿵 착!”

운전자가 손으로 핸들을 두드리니 드럼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짜 드럼에도 각 드럼과 심벌마다 소리가 다르듯, 두드리는 핸들의 부위마다 울리는 소리가 달랐다. 발을 구르면 베이스 드럼 소리가 났다.

조수석과 뒷좌석에 앉은 사람도 흥에 겨워 ‘연주’를 시작했다. 앞좌석의 시트를 두드리니 역시 타악기 소리가 났다. 조수석 수납함에 들어 있는 태블릿 PC로 건반도 연주할 수 있었다. 뒷좌석에는 기타와 마이크가 있어 자동차 하나로 완벽한 밴드 연주가 가능하다. 연구원들이 이 차로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를 연주하자 심사위원과 관람객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13일 낮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펼쳐진 ‘2015 R&D(연구개발) 아이디어 페스티벌’ 현장이다. 내부 곳곳에 센서를 달아 악기를 연주할 수 있게 한 아이디어로 대상을 받은 ‘유캔콘서트’ 팀의 발표 시간은 말 그대로 ‘콘서트’였다. 유캔콘서트 팀의 김형수 연구원은 “차가 막혀 기다리던 중 음악에 맞춰 핸들을 두드려 본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길거리 연주(버스킹)도 가능하고, 향후 자율주행이 실현되면 연주가 더 재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는 남양연구소 연구원들이 직접 만든 신개념 이동수단을 선보이는 자리다. 2010년부터 매년 열려 올해 6회째를 맞았다. 연구원 4∼7명이 팀을 이뤄 이동수단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실물로 제작해 경연하는 공모전이다. 올해 60여 개 팀의 아이디어 중 예선을 통과한 10개 팀이 회사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아 약 5개월간 만든 작품을 이날 선보였다.

최우수상을 받은 ‘오리진(Origine)’은 원통형 차체 끝에 바퀴가 달린 모습을 하고 있어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이 가능한 1인승 교통수단이다. 오르막·내리막에서도 운전석이 수평을 유지하고 차체를 투명하게 만들어 개방감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오체불만차’는 손발이 불편한 장애인이 머리 움직임만으로 운전할 수 있는 장치다. 무거운 기존 전동 휠체어와 달리 이 장치는 일반 휠체어에 장착해 쓰다가 분리할 수 있다.

이날 선보인 작품들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동행’이라는 올해 행사의 주제에 맞춰 교통수단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제3세계 주민이나 장애인을 위한 작품과 가족을 위한 차, 가상현실(VR)과 사물인터넷(IoT) 등 최신 기술을 반영한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드라이빙 익스팬션’과 ‘아바타 드라이브’ 팀은 증강현실을 이용한 작품을 내놨다. 운전자가 고글처럼 생긴 VR 기어를 쓰고 현실과 다른 장소에서 운전하는 효과를 내거나, 차가 있는 곳과 다른 장소에서 차에 달린 카메라를 이용해 원격으로 차를 운전할 수 있게끔 했다. 운전자가 술에 취했을 때, 집에 있는 사람이 ‘대리운전’을 할 수 있는 식이다.

이 밖에도 공중에서 채집한 수증기를 물 부족 지역으로 전달해 공중에서 물을 뿌려주는 비행선인 ‘라이프 재플린’과 자전거 페달을 돌려 그 힘으로 정수와 세탁을 동시에 처리하는 ‘와프리카’는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를 위한 작품으로 호평받았다. 또 뒷좌석이 밖으로 나와 유아용 카시트 탈착을 쉽게 하고 공기로 부풀리는 카시트가 내장된 ‘아이-카’도 선을 보였다.

양웅철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 부회장은 행사 직후 ““미래의 차를 미리 만나본 것 같아 굉장히 뿌듯했다”며 “이 가운데 가상현실이나 자율주행 관련 기술 등은 가까운 미래에 적용이 가능한 기술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성=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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