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재벌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오늘 당정협의를 열어 롯데의 순환출자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국세청은 롯데 계열사인 대홍기획 세무조사에 착수했고 관세청은 롯데면세점 연장을 허가해 주지 않을 태세다. 평소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5위의 재벌이 어떤 소유구조를 갖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이제야 해외 계열사 실태를 파악하겠다고 나섰다.
1967년 국내에서 롯데제과로 시작한 롯데는 자산 93조4000억 원의 재계 5위 그룹이 되기까지 정부의 각종 특혜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 중구 소공동의 국립도서관 자리에 호텔을 세웠고, 서울 잠실과 영등포 등 지하철역 요지마다 백화점을 세워 떼돈을 벌었다. 일본계 지분이 99%인 호텔롯데는 정부가 내주는 특허로 국내 면세점 시장의 50.2%를 지배한다. 이명박 정부는 ‘안보 불안’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의 활주로 각도까지 변경하면서 초고층빌딩 제2롯데월드의 신축을 허가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납품업체에서 뒷돈을 받는 등 업계 최악의 ‘갑질’을 했는데도 무슨 이유에선지 4월 허가 취소 아닌 재승인을 받았다.
신동빈 회장은 매출의 95%가 ‘우리나라’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러나 80여 개 계열사의 지배주주인 일본의 광윤사(光潤社), L투자회사, 일본 롯데홀딩스는 소유구조나 경영행태를 보면 일본 기업인지 한국 기업인지, 제대로 된 기업인지 페이퍼 컴퍼니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렇다면 지금껏 세금은 제대로 내고 있었는지, 역대 정부마다 거듭 특혜를 받은 까닭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다.
정부는 일본에 있는 비상장회사가 롯데그룹을 지배한다는 이유로 여태 손놓고 있었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68조에는 대규모 그룹이 지주회사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돼있다. 지금까지 감독 책임을 방기한 공정위가 뒤늦게 이 조항을 들먹이며 롯데에서 관련 자료를 받아내겠다니, 사회적 비난이 들끓어야 움직이는 정부가 무슨 재벌 개혁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롯데의 경영권이 누구에게 가든지, 원톱(one-top) 체제가 되든 쪼개지든 주주총회 같은 공식 절차를 통해 해결할 일이다. 다만 이번 분쟁으로 만천하에 드러난 불투명한 지배구조나 황제경영 방식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정부와 정치권이 강제하기 전에 신동빈 회장이 국민과 사회를 납득시킬 수 있는 개혁안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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