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시간이 끝났는데도…잠들지 않는 눈부신 심야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4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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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11시경 서울 마포구 신촌로의 한 빌딩. 건물 외벽에 붙어있는 간판 27개가 일제히 조명을 밝히고 있었다. 영업시간이 끝났는데도 홍보 효과를 노리고 밤새도록 간판을 켜둔 것이다. 심야시간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면 불필요하게 조명을 밝히고 있는 간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게 내부 진열장의 조명을 켜둔 상점들도 적지 않다.

서울시가 2013년 5, 6월 25개 자치구의 상가 밀집지역에서 광고용 조명에너지 낭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상점 1만3987곳이 불필요한 조명을 켜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 사이 야간영업을 하지 않으면서 간판이나 조명을 켜둔 곳이 4440곳이었다. 햇빛이 밝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 간판이나 조명을 켜둔 가게도 9547곳이나 됐다. 서울시가 적발된 상점들을 대상으로 소등 캠페인을 벌인 뒤 다시 찾아갔을 때에도 이들 중 63.8%(8922곳)가 계속 불필요한 조명을 켜두고 있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가로 1m, 세로 4m 크기의 형광등 간판 1개를 한 시간 동안 켜두면 902W의 전기가 소모된다. 하루 6시간씩 1년이면 1975kWh를 쓰는 셈이다. 서울지역 표본가구의 월평균 전력사용량이 315kWh라는 점을 감안하면 6가구가 한 달 동안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같은 크기의 네온 간판은 시간당 전력소모량이 1.7kW로 훨씬 더 많았다. 다만 LED 간판은 237W로 형광등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야간에 켜둔 간판은 ‘빛 공해’로 인체에도 해를 준다고 말한다. 빛 공해는 성장을 돕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호르몬 멜라토닌의 생성을 억제해 각종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동식물의 생장과 번식을 방해해 생태계를 파괴하는 등 환경 문제도 일으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꼭 필요한 간판만 켜두되 형광등이나 네온 간판을 LED로 바꾸는 것도 전기를 절약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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