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의 12배… ‘링 밖의 황제株’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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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공모주 열풍 타고 비상장주식 장외거래도 후끈

국내 증시의 대표적 ‘황제주’로 꼽히는 아모레퍼시픽은 액면분할로 몸집을 줄이기 전인 지난달 20일 장중 400만 원을 돌파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튿날 비상장주식을 거래하는 장외시장에서는 코스닥 상장을 예고한 온라인·모바일 게임업체 ‘더블유게임즈’가 주당 400만 원을 돌파해 눈길을 끌었다.

거침없이 질주하던 국내 증시가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장외시장은 공모주 열풍을 타고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상장 전에 장외시장에서 주식을 먼저 확보하려는 투자자가 늘면서 장외주(株)의 인기가 치솟는 모양새다. 하지만 ‘상장 대박’을 기대하고 ‘묻지 마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장외 황제주’ 잇달아

10일 장외주식 중개업체인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더블유게임즈는 8일 장외시장에서 주당 440만 원에 거래됐다. 2월 5일 주당 205만 원에 거래가 시작된 이후 3개월 만에 주가가 115% 급등했다. 이르면 8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힌 데 이어 최근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까지 회사를 직접 방문해 상장 기대감을 높이면서 주가가 뛰었다.

더블유게임즈는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의 카지노게임 ‘더블유카지노’를 선보여 지난해에 전년도보다 149% 증가한 27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 회사의 원용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카지노게임 특성상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아 꾸준한 ‘캐시카우’(수익 창출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모바일 서비스업체인 ‘옐로모바일’도 8일 375만 원에 거래되며 시가총액이 1조7792억 원으로 불어났다. 3월 말만 해도 285만 원이던 주가가 한 달 새 30% 이상 뛴 것이다. 옐로모바일의 지난해 매출은 963억 원으로 전년보다 968% 급증했다. 최성용 KB투자증권 기업금용본부 상무는 “코스닥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게임, 모바일 관련 종목이 장외시장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며 “특히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업체들의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엔지니어링도 상장 기대감으로 최근 장외주가가 100만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연내 코스닥 상장이 예정된 제주항공의 시가총액도 1조 원에 이른다.

○ 묻지 마 투자했다간 쪽박

이처럼 장외시장이 열기를 띠는 건 1%대 초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공모 시장으로 몰리면서 장외시장까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삼성SDS, 제일모직 등의 상장으로 재미를 본 투자자들이 장외시장을 통해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도 장외시장 활성화에 나선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해 8월 우량 비상장 기업 주식을 거래하는 ‘K-OTC’를 출범시킨 데 이어 모든 비상장사 주식 거래가 가능한 ‘K-OTCBB’도 지난달 27일 문을 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장 대박을 노리고 장외주식에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가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성용 상무는 “증권가에서 더블유게임즈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지만 상장 이후 현재 평가가치가 그대로 반영될지는 미지수”라며 “현재 장외시장은 다소 과열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기업의 재무상태와 비즈니스 모델을 정확히 이해하고 장외주식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또 장내시장은 주가 변동에 상관없이 시장 가격에 주식을 사고팔 수 있지만 장외시장은 주가가 꺾이면 거래도 끊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오주현 유진투자증권 IPO 부장은 “장외시장은 개인들 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위조 주권에 사기를 당할 수도 있다”며 “해당 회사의 주주명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환 금융투자협회 K-OTC부 과장은 “일반 장외시장은 증거금도 없고 가격 공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장외시장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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