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 기대이하, 긴장하는 '리딩뱅크' 신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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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금융 대출잔액 3위로 밀려… 경남기업 부실로 실적도 악화
‘리딩뱅크’ 위상 흔들리는 조짐

“‘관리의 신한’이 심상치 않다.”

한국 금융권에서 신한은행이 ‘리딩 뱅크(선도 은행)’라는 점에 토를 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경기침체 속에서도 신한은행을 주축으로 한 신한금융그룹이 2014년 순이익 2조 클럽에 합류하는 등 뛰어난 수익 창출 능력을 자랑해온 데다 꼼꼼한 여신관리 면에서 타 은행을 압도한다는 평가였다. 은행권 전반을 뒤흔든 KT ENS 대출사기, 모뉴엘 대출 사기사건 등도 신한은행은 모두 비켜갔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신한은행에서 뺏어 온 기업 대출은 연체율 등 건전성 면에서 월등하다”며 “알짜기업을 잘 골라내고 확실히 관리한다는 면에서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신한은행의 1등 은행으로서의 면모가 다소 흔들리는 모습이다. 은행들의 자존심 싸움이 치열했던 기술금융 대출 경쟁에서 국민·우리은행에 우위를 내줬다. 1분기(1∼3월) 당기순이익도 경남기업 법정관리의 여파로 작년 동기 대비 8.3% 감소하는 등 기대 이하의 실적을 냈다. 경남기업의 주채권은행으로 검찰조사와 관련해서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부담이다.

일단 경쟁 은행들의 강력한 영업 드라이브에 ‘기술금융 1등’이란 타이틀을 빼앗겼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3월 말 기술금융 대출 잔액이 2조7500억 원에 머무르며 3위에 그쳤다. 대신 국민은행(3조3895억 원)과 우리은행(2조9984억 원)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으나 담보와 자금력이 떨어지는 기업에 기술력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기술금융은 금융당국의 독려 속에 은행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장 주력해 온 분야다. 특히 우수 은행에는 ‘은행 혁신성 평가’에서 가점이 주어질 뿐만 아니라 신용보증기금 출연료 등이 크게 면제되기 때문에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한때 신한은행은 기술금융 실적에서 시중은행은 물론이고 특수은행인 기업은행까지 넘어서 금융권 전체 1위를 기록했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은행 혁신성 평가’ 1등을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서진원 전 행장이 건강 문제로 입원했다가 물러나면서 동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기술금융 대출뿐 아니라 1분기(1∼3월) 전체 대출 증가 규모에서도 우리은행(5조2000억 원)이 신한은행(2조8000억 원)을 압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1분기 성적표도 기대 이하였다. 신한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2억 원(8.3%) 줄어든 3899억 원이었다. 신한은행은 경남기업 부실의 여파로 대손충당금(2127억 원)이 전년 동기(572억 원)보다 크게 늘었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하나은행의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807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1124억 원에 비해 28.2% 감소했고, 외환은행 역시 1분기 1218억 원으로 전년 동기(1527억 원) 대비 20.2% 줄어든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더욱이 경남기업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도 신한은행에는 부담이다. 23일 감사원은 2013년 경남기업의 3차 워크아웃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이 신한은행 등 채권 금융기관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감사결과를 내놓았다. 검찰수사가 본격적으로 금융권을 겨냥하면 경남기업의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도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다. 한 신한은행 관계자는 “경남기업과 관련해 계속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이미지에 타격일 수밖에 없다”며 “검찰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걱정스럽다”고 털어놨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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