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포장지 못뜯을듯”… 매서운 엄마의 눈, 콕 집어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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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평가단 참여한 NS홈쇼핑 상품선정위 가보니
홈쇼핑 임원-주부 의견 절반씩 반영… 5500여개 상품들 선정위 거쳐가

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NS홈쇼핑 본사에서 열린 상품선정위원회에 참석한 주부 평가단이 상품기획자(MD)의 제품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NS홈쇼핑 제공
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NS홈쇼핑 본사에서 열린 상품선정위원회에 참석한 주부 평가단이 상품기획자(MD)의 제품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NS홈쇼핑 제공
4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NS홈쇼핑 본사 6층에 들어서자 복도에서부터 돼지고기 바비큐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TV홈쇼핑에 납품할 업체를 선정하는 상품선정위원회 평가에 참가한 캠핑 바비큐 오븐 제조업체가 평가단에 나눠줄 고기를 굽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옆에서는 이날 평가에 참여한 식품 주방·생활용품 등 5개 업체 관계자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준비해온 설명 자료와 제품 시연에 필요한 준비물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시곗바늘이 정확히 10시를 가리키자 NS홈쇼핑 TV 방송에 나갈 업체를 선정하는 ‘제547회 상품선정위원회’가 시작됐다. 이날 평가의 첫 번째 참가자는 견과류를 넣은 강정 제조업체였다. 담당 상품기획자(MD)의 발표가 끝나자 진지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주부 평가단 사이에서 질문이 쏟아졌다. “아이들이 뜯기엔 포장비닐이 너무 질긴데 개선 방법이 있나요?” “더운 여름엔 내용물이 잘 부서지지 않을까요?” “단가가 비싼 편 아닌가요?” 등 날카로운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업체 관계자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포장비닐 재질을 바꾸겠다” “여름엔 더 단단하게 내용물을 조합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주부 평가단이 홈쇼핑 협력업체 선정에 직접 참여하는 이 제도는 NS홈쇼핑이 2001년 업계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당시만 해도 TV홈쇼핑 사업에 대한 대중적 이해도가 낮아 TV홈쇼핑 PD들이 납품을 요청하러 업체를 찾아가면 사기꾼이 아니냐며 문전박대를 당할 때였다. 어렵게 발굴한 제품의 상품성을 방송 전 다각도로 테스트할 방법을 고심하던 도중 고객의 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마련한 것이 이 제도였다.

NS홈쇼핑 TV 방송에 나가는 모든 상품은 본사에서 매주 한 차례 열리는 상품선정위원회의 평가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 자리에서 본사 임직원 6명과 주부고객 평가단 8명이 평가한 점수는 각각 50%의 비율로 반영된다. 주부 평가단은 ‘구매 의사’와 ‘NS홈쇼핑 브랜드 이미지 기여도’ 등 2가지 항목에 대해 10점 만점의 점수를 주고, 종합적인 평가 의견을 적어서 제출한다. 그동안 5500여 개의 상품이 이 자리를 거쳐 갔다.

상품성 평가 목적으로 시작했던 이 제도는 이제 홈쇼핑업체와 납품업체 간 불공정 거래를 방지할 수 있는 도구가 됐다. 6개월에서 1년마다 주부 평가위원을 새로 뽑아 상품 선정에 깐깐하고 객관적인 소비자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조성호 NS홈쇼핑 전략기획부문장은 “고객 위원들의 수치화된 평가를 업체 선정에 활용해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고객 입장에서 제안하는 상품 구성이나 가격 등을 실제 방송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NS홈쇼핑#주부평가단#상품선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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