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하반기 1200명 채용… 3大 취업 키워드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0일 03시 00분


[1] 윤리 [2] 이공계 [3] 脫스펙
본보, 6개 주요은행 조사… 2013년보다 200명 늘어

윤리의식, 이공계, 탈(脫)스펙….

‘기술금융’을 중시하는 정부 정책과 정보 유출 등 각종 금융사고의 영향으로 금융권 전반의 채용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높은 보수와 안정성으로 인기가 높은 시중은행의 일자리는 그동안 명문대 상경계열 출신 구직자들의 전유물로 인식돼 왔다. 게다가 최근에는 구직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만점에 가까운 어학 성적은 물론이고 펀드투자상담사, 증권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등 이른바 ‘금융 3종 자격증 세트’ 취득이 필수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올 시즌부터 은행들이 원하는 인재상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점수나 실력보다 지원자의 품성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철옹성 같았던 학력과 전공 제한의 족쇄도 빠르게 풀리는 양상이다.

○ 시중은행 ‘맑음’, 금융공기업 ‘흐림’

주요 은행들의 올 하반기 정규직 채용 인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9일 동아일보가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농협 등 6개 은행을 조사한 결과 신규 채용 규모는 1200명 안팎으로 지난해에 비해 200명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별로는 이달 말 채용공고를 내는 국민은행이 하반기에 작년보다 120명이 많은 280명을 뽑고, 신한·우리은행도 각각 200명, 250명으로 50명씩 더 채용할 계획이다. 하나은행(100∼150명)과 기업은행(200여 명)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고, 농협은행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이 최근 1년 새 5만 명을 감원하는 등 사상 최악의 ‘보릿고개’를 겪는 와중에도 은행들이 채용을 늘리는 것은 올 상반기 채용이 워낙 적어 신규인력 수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또 앞으로 수년 내에 은행들의 주된 인력층을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된다는 점도 감안됐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융권 일자리 확대를 원하는 정부의 주문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공기업들의 채용 규모는 지난해와 같거나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초 정책금융공사와 통합을 앞두고 있는 산업은행은 지난해(70명)보다 적은 인원을 선발한다. 한국은행도 통상 대졸자가 지원하는 종합기획직 채용 인원을 작년보다 15% 안팎으로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예년과 같은 수준인 50명가량을 채용한다.

○ “화려한 스펙보다는 인성 중시”

각 은행 인사담당자들에 따르면 올 하반기 금융권 채용의 가장 큰 키워드는 ‘인성(人性)’이다. 은행 직원들의 횡령, 비리 등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유난히 많았던 게 영향을 미쳤다.

우리은행은 올해 공채부터 자기소개서에 윤리의식, 품성 등 점수나 경력과 무관한 5가지 영역을 기술하도록 할 방침이다.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을 택해 이유를 말하고 10년 뒤 은행에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라’는 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인 지식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습득할 수 있지만 독서를 통한 품성이나 사고력은 단기간에 키울 수 없다”며 “지원자의 평소 생각과 인격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도 기존 경제·금융·시사 문항만 있던 필기시험에 국어 과목을 넣고 국사 문항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인문학적 소양과 고객과의 소통 능력을 측정해 보기 위한 것이다.

과도한 ‘스펙 쌓기’를 없애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하나은행 인력지원부 박윤수 팀장은 “공인회계사 등 전문성이 두드러진 자격증은 몰라도 변별력이 없는 금융 자격증은 반영비율을 낮추거나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학력, 연령, 어학 등의 기준을 없애고 면접 자세와 조직 적응력 등을 주로 살필 방침이다.

구직자의 전공은 인문계와 더불어 이공계 출신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술금융과 정보보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데다 정보기술(IT)을 이용한 스마트금융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들은 대출심사역에 이공계 출신 인재를 집중 선발하기로 했고, 금감원도 올해부터 IT 전공 고졸 직원을 채용하기로 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정임수·송충현 기자
#은행#채용#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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