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압력 커지면 금리 선제적 논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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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韓銀총재, 금통위 첫 주재… 기준금리 11개월째 2.5% 유지
발언 아끼며 시장혼란 차단… 전문가 “비둘기도 매도 아닌듯”

첫 의사봉 ‘쾅쾅’ 10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 총재는 취임 이후 처음 주재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2.5%로 동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첫 의사봉 ‘쾅쾅’ 10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 총재는 취임 이후 처음 주재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2.5%로 동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확실히 비둘기(통화완화론자)는 아닌데, 그렇다고 매(통화긴축론자)의 발톱도 잘 안 보이고….”

이주열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주재한 금융통화위원회를 지켜 본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 총재는 이날 데뷔 무대인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11개월째 2.5%로 유지했다. 이날의 금리 동결은 시장 전망과 일치해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날 금융계의 이목은 금통위 직후 이 총재의 기자회견에서 쏠렸다. 그가 어떤 ‘색깔’을 드러낼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담담한 표정으로 회견장에 들어선 이 총재는 말투부터 전임 김중수 총재와는 달랐다. 김 전 총재가 경제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앞세워 설명하는 걸 즐기는 다변(多辯)가에 가까웠다면, 이 총재는 불필요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는 다소 과묵한 스타일을 보였다.

말의 속도 역시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이 총재가 시장에 보다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애쓰는 것 같았다”며 “두세 마디마다 쉬어가면서 바닥을 다지듯이 꾹꾹 눌러 담는 어법도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이 총재의 이런 모습은 자칫 ‘초보 총재’로서 말실수를 해 시장 혼란을 야기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비쳤다. 경기 인식도 신중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총재는 “현재의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 부합하는 속도”라며 최근의 경기회복세에 만족한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여전히 성장은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라며 수위를 조절했다. 이 밖에 물가, 금리, 환율 등 다른 거시경제 지표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코멘트로 일관했다. 시장의 불필요한 오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다만, 이날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면 (금리를)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문제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언급이 향후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돼 잠시 시장에서 금리가 들썩이기도 했다. 이현주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매파라고 잘라 말하기도 어려운데 그렇다고 비둘기파도 아니고, 중도와 매파 중간 정도인 것 같다”며 “다만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기대감은 확실히 줄어든 것 같다”고 평했다.

전임 총재의 큰 약점으로 지적됐던 시장과의 소통 능력에 대해서는 대체로 합격점을 주는 분위기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이날은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명확한 방향성을 얘기하지 않았다”면서도 “그래도 이 총재의 한은이 향후 어떤 정책을 꾸려나갈지가 전보다 더 예측하기기 쉬워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수정)에서 올해 성장률을 1월에 내놨던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높은 4.0%로 올려 잡았다. 한은은 이에 대해 “국민계정체계(SNA) 개편에 따라 산출 방식이 달라져서 그렇게 된 것이지, 성장세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2.1%로 0.2%포인트 낮췄고, 올해 신규 고용은 50만 명으로 예상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주열#물가상승#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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