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글로벌-非은행’ 발판 삼아 홀로서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3일 03시 00분


하나금융 “2025년까지 세계 40위-국내 1위 도약” 2014 비전선포

10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하나금융그룹 비전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0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하나금융그룹 비전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1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 하나금융그룹의 ‘출발 2014’ 행사장에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꽹과리를 들고 농악대 선두에 서서 무대에 깜짝 등장했다. 양복 윗도리를 벗고 땀을 뻘뻘 흘려가며 리더로 농악대를 이끄는 모습에 직원들은 환호성을 보냈다.

김 회장은 평소에도 다양한 사내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 하지만 이날 직원들은 평소와 달리 그에게서 ‘하나금융의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의 모습을 봤다.

하나금융은 이날 2025년까지 글로벌 40위, 국내 1위로 끌어올리겠다는 새 비전을 선포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 10년간 해외 이익 비중을 그룹 전체 이익의 40%로, 비은행 부문은 30%로 늘려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2012년 3월 취임한 김 회장이 2년여 만에 비로소 최고경영자의 ‘포스’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정태의 하나금융’ 닻 올리다

김 회장은 취임 후 이제까지 뚜렷한 경영 비전을 내놓지 않고 ‘정중동’의 행보를 보여 왔다. 지주회사 회장이라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전임자인 김승유 전 회장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항간에는 김 전 회장이 수렴청정(垂簾聽政)을 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취임 3년 차가 가까워진 지금 그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많이 달라졌다. 외환은행과의 통합 작업이 본궤도에 올랐고 김 전 회장은 중국 민성(民生)은행 고문 자격으로 4일 한국을 떠났다. 김 전 회장이 중국으로 떠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을 막후에서 경영한다’는 세간의 시선을 털어내면서 김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3월 하나·외환은행장 인사를 앞둔 상황이어서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날 김정태 회장의 비전 제시에 대해 “김 회장이 외환은행의 강력한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하나금융의 장점을 살려 그에 맞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현재 전체 그룹 이익의 11.4% 수준인 비은행(보험·증권·카드) 부문 비중을 2025년까지 28.1%로 키운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통합에 따른 시너지 확대 외에 보험과 투자은행(IB) 부문을 강화시켜 비은행 부문을 성장시키겠다는 것이다.

인수합병-합작 통해 해외 네트워크 확대

하나금융이 새 비전 발표에서 강조한 것은 ‘글로벌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이다. 하나금융은 2012년 외환은행 인수로 24개국에 127개 해외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금융그룹 중 가장 넓은 해외 네트워크다.

하나금융은 해외에서 올리는 이익을 2012년 2370억 원에서 2025년 2조 원까지 약 9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2025년까지 현지 금융회사 인수합병(M&A)이나 합작 등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300곳까지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화교문화권, 아시아, 유럽, 미주 등 4개 대륙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짜서 진출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아시아는 하나은행, 유럽이나 미주·중동은 외환은행을 중심으로 각자의 강점을 살려 수익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아시아의 경우 KB·우리·신한금융 등이 이미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지점 설립·M&A 등을 통해 영업망 확충에 나서고 있어 어떻게 경쟁에서 앞서느냐가 관건이다.

이미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지에서 추진하던 M&A는 가시권에 들어왔고 인도네시아의 하나·외환은행 통합법인도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말 ‘로스앤젤레스 및 애틀랜타 지점 설립 추진단’을 만들어 미주지역 영업망 강화에 나섰다.

한편 김종준 하나은행장, 윤용로 외환은행장의 연임 여부와 관련해 김 회장은 “행장후보추천위원회가 정하지만 나로서는 둘 다 친하고, 연임하는 게 편하다”며 현 체제를 흔들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김 행장과 윤 행장의 임기는 올해 3월까지다.

신수정 crystal@donga.com·이상훈 기자
#하나금융#김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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