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시장 ‘폭풍 성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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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판매량 450만대 돌파

자동차 블랙박스 시장이 커지고 있다. 수입 자동차를 비롯한 고가 차량의 판매 증가로 교통사고 발생 때 수리비 부담이 커지자 블랙박스를 통해 사고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려는 운전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 수입차가 블랙박스 성장 이끌어

국내 시장 조사업체인 IRS글로벌이 25일 내놓은 ‘2014년 자동차용 블랙박스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된 2008년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판매된 블랙박스는 누적으로 451만 대에 이른다.

블랙박스 판매는 최근 5년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4만7000대였던 연간 판매량은 2009년 8만5000대, 2010년 38만6000대, 2011년 78만4000대, 지난해 155만 대로 급증했다. 올해는 195만 대, 내년에는 240만 대가 팔릴 것으로 IRS글로벌은 예상했다.

이처럼 블랙박스 판매가 급증한 것은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 10%를 넘어선 수입차 판매 증가가 한몫했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분석이다. 수리비가 국산차보다 많이 드는 수입차 소유자는 물론이고 수입차와의 교통사고에 대비해 블랙박스를 달아 과실 여부를 가리려는 국산차 소유자들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IRS글로벌이 국내에서 운행 중인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1만100대(경차 1068대, 소형차 1427대, 중형차 2415대, SUV 3200대, 대형차 1646대, 수입차 344대)를 대상으로 블랙박스 장착 여부를 조사한 결과 수입차의 장착 비율이 49.1%로 가장 높았다. 이어 국산 대형차(36.3%), 중형차(33.4%)가 뒤를 이었다.

블랙박스를 설치하면 자동차보험료가 5%가량 낮아지는 것도 빠른 보급의 한 요인이다. 지방자치단체도 법인차량에 블랙박스를 달도록 유도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 시내를 운행하는 택시에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자 블랙박스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다른 차량용 전자장비에 비해 기술적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블랙박스 업체(수입업체 포함)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엠앤소프트와 중견기업인 팅크웨어를 비롯해 군소업체까지 포함하면 250여 곳에 이른다.

○ 고화질에 전후방 촬영 제품 늘어

블랙박스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최근에는 5만 원대 중국산 제품까지 등장하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 생산원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업체는 20만 원대 이상의 고화질 제품으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제품의 성능은 천차만별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시판 중인 블랙박스 31개 제품을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21개 제품은 번호판 식별조차 어려워 ‘품질 미흡’으로 분류됐다. ‘우수’로 평가된 제품은 팅크웨어 ‘FX 500 마하’, 코원시스템 ‘AC1’과 ‘AW1’, 아이트로닉스 ‘ITB-100HD SP’, 피타소프트 ‘DR380-HD’, 삼보컴퓨터 ‘TGB-F1’ 등 6개 제품으로 모두 국산이었다.

최근에는 전방 촬영뿐 아니라 후방 촬영까지 지원하는 제품이 늘고 있다. 영상 해상도도 고화질(HD)급에서 풀(Full)HD급으로 바뀌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블랙박스 업체가 수출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 각국에서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내년 9월 승용차에 장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2004년 관광버스, 견인차 등 대형 상용차를 시작으로 택시, 트럭 등 상용차에도 순차적으로 국가가 품질을 인증한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블랙박스#자동차#전방 촬영#후방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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