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내년 1월부터 계약직 사무직원 4200여 명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국내 금융권 최대 규모의 정규직 전환이다. 2만 명이 넘는 전체 직원의 약 96%가 정규직 신분으로 일하게 된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본점에서 박병권 노조위원장과 ‘계약직 사무직원의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계약직 사무직원 4223명은 본인의 희망에 따라 조건 없이 내년부터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뀐다. 현재 국민은행의 정규직원 수는 1만6500명으로 전체 직원(2만1600명)의 약 76%다. 내년 정규직 전환이 마무리되면 이 비율은 약 96%로 올라간다. 국민은행 노사는 올 8월 ‘국민은행 발전을 위한 노사 확약’을 체결해 정규직 전환의 물꼬를 텄다.
국민은행은 현행 4단계인 정규직 체계(L1∼L4)를 내년에는 5단계(L0∼L4)로 확대하고 계약직 사무직을 L0 직급으로 전환한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계약직 사무직원들은 기존 정규직 직원과 같은 업무를 맡고 임금이나 승진 등에서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지금까지 계약직 사무직원은 영업점의 특정 창구, 고객상담센터, 본부 등에서 지원 업무를 하는 등 정규직과는 다른 업무에 배치됐다. 내년부터 이들을 순차적으로 교육시켜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맡게 한다는 게 은행의 계획이다.
은행은 정규직 전환 직원들이 근무를 하면서 자격평가 시험을 치러 일정 자격을 충족하거나 역량을 인정받으면 L1∼L4 등의 상위 직급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길도 열어 놨다. 일부 은행은 계약직이나 무기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이들을 별도 직군으로 분류해 사실상 승진이나 임금에서 차별을 둔 경우가 많았는데 신분 변동 이후의 ‘보이지 않는 벽’을 깨겠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김기환 인사부장은 “계약직 사무직은 연봉이 많아야 4000만 원 안팎이었고 승진도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3년마다 호봉 인상과 근속 기간에 따라 연봉 상승이 가능하며 지점장 승진자까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정규직 전환으로 은행의 비용 부담은 불가피하다.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이 매년 인건비 상승으로 수백억 원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측은 노사가 힘을 모아 연차 소진 등을 통해 비용을 줄여 나가기로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비용을 분석한 결과 연차 소진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이면 은행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정규직 전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측은 정규직 전환으로 비용이 다소 증가하더라도 직원 생산성과 고객들의 만족도가 올라가면 경영 실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점 내에서 계약직과 정규직의 업무가 분리돼 고객들이 창구에서 업무를 보다가 상품 상담을 위해 정규직이 있는 창구로 옮기는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건호 행장은 “계약직의 완전한 정규직 전환으로 영업 인력이 늘고 생산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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