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도 甲의 횡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4일 03시 00분


대리점주에 ‘운영포기 강요’ 영업팀장 녹음파일 공개 파문

국내 최대의 화장품 업체 아모레퍼시픽의 지점 영업팀장이 대리점주를 술자리로 불러내 욕설과 폭언을 하며 대리점 운영을 포기하도록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사건의 성격과 내용이 대리점주에게 영업사원이 폭언을 했다가 ‘갑(甲)의 횡포’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고 경영진이 사과했던 남양유업 사태와 흡사해 추이가 주목된다.

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13일 아모레퍼시픽 피해특약점(대리점)협의회로부터 전달받은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문제가 된 음성파일은 2007년,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녹음됐으며 총 80여 분 분량이다.

이날 공개된 음성파일에는 2007년 3월 부산의 모 지점 영업팀장이 10년 넘게 아모레퍼시픽 대리점을 운영하던 문모 씨를 술자리로 불러내 대리점을 그만둘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영업팀장은 문 씨에게 “사장님. 그런 말 하지 말고 ×팔린다. 마 그만두자. 아 ×× 드러버서!” “오늘 붙자. 야 이 ××야.” “××. 접어라 알았제?” 등의 반말과 욕설, 폭언을 했다.

또 2009년 12월에 녹음된 파일에는 아모레퍼시픽 서울지역사업부 담당 직원이 대리점 업주와 얘기하면서 대리점 영업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물건 공급을 중단하고 인근에 다른 영업장을 내겠다고 대리점 업주에게 통보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피해 점주들은 이 밖에도 아모레퍼시픽 본사가 다른 사람들에게 대리점을 내주기 위해 기존 대리점에 소속돼 있던 방문 판매원(카운슬러)을 빼가는 방식으로 ‘대리점 쪼개기’(기존 대리점 외에 주변에 다른 대리점을 내는 것)를 하거나, 아예 기존 대리점의 문을 닫게 한 경우도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금성 피해특약점협의회 회장은 “1996년 100개가 조금 넘던 아모레퍼시픽 대리점 수가 현재 630여 개로 늘었는데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느냐가 문제”라며 “대리점을 내주기 위해 임직원이 퇴직할 때마다 대리점 업주들이 알토란처럼 일궈온 지점을 본사가 의도적으로 강탈해 왔다”라고 주장했다. 올 7월 초 피해대리점주 37명으로 출발한 피해특약점협의회는 이런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증거가 없다며 불공정 행위를 부인해 왔다. 협의회 측은 이달 말경 공정거래위원회에 녹음파일들을 불공정 행위의 증거로 제출할 예정이다.

이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공정위는 2009년 아모레퍼시픽의 대리점 쪼개기를 포함해 특약점 해지, 밀어내기, 판촉물 투여 강요 등 여러 사례를 접수했으나 당시 ‘가격할인 금지’ 부당행위만 지적하고 시정명령 조치를 취했다”며 “이번 녹취록이 나온 것을 계기로 철저히 다시 조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측은 “해당 녹취파일을 확보해 진위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아모레서피식#대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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