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주택가격지수와 전국 주택가격지수(HPI)가 10% 이상 상승하는 등 미국 부동산 경기 회복세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동아일보DB
김준한 삼성증권 뉴욕법인장얼마 전까지 미국 주식시장에서 주목받았던 것 중 하나는 우선주였다. 한국의 우선주와는 달리 미국의 우선주는 수익률이 정해져 있기에 ‘제로 금리’ 상태인 미국에서 관심이 더 높았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최근 높아진 이유도 매달 들어오는 월세가 일정한 수준의 수익을 보장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글로벌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은 이미 지난해 2만4000채 규모의 주거용 부동산에 40억 달러(약 4조6000억 원)를 투자했고, 올해는 애틀랜타 지역에 1400채 규모의 주택을 매수했다. 1985년에 설립된 블랙스톤은 전 세계 시장에 약 1900억 달러(218조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과거에도 주거용 부동산에 투자한 적이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처럼 대규모 투자는 과거에 없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본격적인 부동산 시장 활황의 시작을 상징하는 거래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은 얼마 전 미국 방송사 CNBC와의 인터뷰에서 주거용 부동산 투자와 관련해 “현재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는 주택 시장에서 즉시 매각하기보다는 임대사업을 먼저 진행하겠다”며 “이는 새로운 비즈니스이며 미국 시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택 가격이 많이 하락했고 주택 구입을 위한 은행의 모기지론 심사가 강화돼 주택 거래가 침체된 상황에서 부실 주거용 부동산 매물을 사들여 시장조성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주택 가격이 상승할 때까지는 임대수입으로 임시 대응하다가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된 시점에서 자본이득을 얻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해석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칫 대형 투자기관의 대규모 투자가 오랜만에 회복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과열 국면으로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 건축기업인 ‘톨 브러더스’의 밥 톨 회장도 지난해 말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주택 가격이 2013년 20%, 2014년 25∼30%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당시 시장에서는 주택 가격 상승을 기대하면서도 톨 회장이 거대 주택 건축 기업 오너이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부 정책자문인인 점 때문에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올해 5월 말 발표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지난해 대비 10.9% 상승했다. 이는 2006년 4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었다. 또 부동산 분석업체 코어로직이 발표한 4월 시장 보고서를 보더라도 전국 주택가격지수(HPI)가 지난해보다 12.1% 상승해 기존 예상치를 상회하고 있다. 향후 시장이 변동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시장에서는 전국적으로 부동산 회복세가 더욱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부동산 시장만 보더라도 최근 논의돼 온 양적완화 축소는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입장에서는 어느 자산시장이라도 갑작스럽게 과열되는 것을 경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주 벤 버냉키 의장이 미 경제가 좋아진다면 양적완화 축소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구체적인 계획을 언급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보듯이 미국의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빨리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비록 금리상승 등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양적완화 축소 계획에는 미 경제 회복이 전제된 만큼 주식시장에 야기될 수 있는 임팩트가 크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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