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원 HMC투자증권 베이징사무소장지난해 11월 19일 중국 최대 패션의류그룹 중 하나인 디샹그룹이 한국 동종업계 상장기업인 아비스타에 투자했다. 디샹그룹이 37%, 기존 한국 대주주 23% 지분으로 한중 공동경영 구조다. 중국의 강점인 생산기반, 영업력, 자금력과 한국의 강점인 디자인 능력, 상품기획력, 브랜드를 상호 결합해 중국 내수 시장 확대를 목표로 하는 새로운 한중 합작모델이다.
아비스타 주가는 공시와 함께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한국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인 기대와 평가를 받았다. 한중 간 ‘국경을 넘는 투자(Cross boarder M&A)’ 사상 최초로 중국 우량 민영기업이 국내 우량 상장사에 대주주로 투자하고 한중 간 주주가 공동 경영하는 새로운 모델이 탄생했다. 향후 중국 우량 민영기업의 대(對)한국기업 투자의 신호탄이 된 셈이다.
과거 한중 간 협력모델은 주로 현지법인 설립 또는 판매대리계약 형태로 한국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는 ‘아웃바운드 모델’이었다. 중국기업의 실체 및 회계적 투명성이 검증되지 않는 상황에서 검증된 우수한 파트너를 만나기 어렵다는 게 이 모델의 한계였다.
한편 쌍용차에 대한 상하이자동차의 인수 사례와 같이 중국이 한국에 진출하는 ‘인바운드 모델’도 있었다. 중국 국유기업은 사업적 고려보다는 정책적 고려가 더욱 우선했기 때문에 한중 간 근본적으로 이해가 상충하는 구조였다.
과거 한중 합작 실패의 근본 원인은 한마디로 최적 파트너 선정 실패와 합작모델의 한계로 규정할 수 있다. 남의 나라에서 성공하려면 훌륭한 현지 파트너와 상생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시장과 상대방에 대한 이해 부족, 과도한 경영권에 대한 집착, 거래 중개기관의 역량 부족, 합작이익 구조에 대한 불완전성 등이 합작 실패의 근원이다.
디샹 아비스타 사례는 과거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우선 합작구조가 윈윈(Win-Win)을 추구하는 ‘피가 섞인 이익공동체 구조’다. 서로의 강점을 결합해 아비스타가 디자인하고 디샹이 중국 내에서 생산 및 판매해 중국시장에서의 이익 창출을 통해 그 성과를 지분에 따라 배분하는 우호적인 구조인 셈. 서로 열심히 협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각 시장에서 책임경영체제를 통한 공동경영 모델이 가능하다는 것도 강점. 합작의 주목적이 한국시장 진출이 아니라 광대한 중국 내수시장에서 승부를 내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실력 있고 믿을 만한 파트너 간 합작이 가능하다. 중국은 아직까지 고도성장을 유지하고 있어 자금 초과 수요 상태다. 중국 민영기업은 국유기업과 달리 오로지 비즈니스 관점으로 합작투자를 결정한다. 중국 민영기업이 자체 투자 리스크를 부담하며 합작투자를 한다는 것은 시너지 분석과 투입 대비 산출에 대한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시장에서의 성공 확률도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국유기업과 민영기업의 투자와 합작에 대한 처리방식에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현재 중국은 과거의 저부가가치 체계인 ‘세계의 공장’ 역할에서 벗어나 자기혁신을 꾀하고 고유의 브랜드를 만들어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게 화두다. 이를 위해 최근 중국정부는 ‘쩌우추취(走出去·중국기업의 해외투자)’를 적극 장려하고 있어 중국 민영기업의 해외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신성장동력이 필요하고 상호 보완성이 매우 높은 한국과 중국의 협력을 통해 누가 빨리 중국시장을 선점하느냐는 한중 기업가에게 현재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적 선택 포인트다. 따라서 중국 우량 민영기업의 한국투자는 향후 중요한 한중 합작모델로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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