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사람은 왜 돈만 생각하면 이기적이 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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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철 박사의 ‘마케팅 코치’

DBR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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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보유하고 사용하는 것은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지만 구매를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고통을 받는다. 소비자들은 돈을 내는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가격비교 사이트를 뒤져가며 싸게 파는 곳을 찾는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은 비용 지불과 관련한 인간의 심리를 활용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방법을 소개했다. DBR 129호(5월 15일자)에 실린 기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비용을 지불할 때 뇌에서 일어나는 반응

최근 뇌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마음에 드는 물건을 보고 있으면 즐거움을 느끼는 뇌 부위인 측좌핵이 활성화된다. 반면 가격을 보면 두려움을 느끼는 뇌 부위(전전두엽피질)가, 비용을 지불하면 고통을 느끼는 뇌 부위(섬)가 각각 활성화된다. 인간은 좋아하는 제품을 볼 때에는 즐거움을 느끼고, 비용을 지불할 때에는 고통을 느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를 조금 더 확장해 생각해 본다면 흥미로운 시사점을 얻어낼 수 있다. 같은 비용이라면 한 번만 지불하게 하는 편이 고통의 횟수를 줄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여러 번 분할해 지불하게 하면 고통의 횟수가 늘어나 고객에게 괴로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

○ 여러 번 나눌 것인가, 한 번에 묶을 것인가

이미 많은 서비스 업체들이 정액제(일정한 금액을 내고 무제한 혹은 특점 범위 안에서 마음대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를 실시하고 있다. 지불하고자 하는 총액이 같다면, 개별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각각 과금하기보다 패키지로 묶어서 한 번에 과금하는 것을 소비자가 선호하기 때문이다.

정액제와 달리 종량제(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내는 방식)는 인간의 고통을 가중시킨다. 택시 요금이 대표적이다. 기본요금에서 주행거리가 증가할 때마다 일정한 금액이 늘어난다. 택시 미터기의 말발굽이 빨라질수록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는 고통을 받는다. 반면 같은 비용이라도 패키지로 묶어 월 1회 과금하면 동일한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고통의 횟수는 단 한 번으로 끝난다.

이런 측면에서 소비자들이 지불하려는 총액이 같다면 개별 제품, 개별 서비스에 비용을 그때그때 나누어 지불하게 하는 건 효율적이지 않다.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 다운로드당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사람보다 패키지 요금으로 구매하는 사람이 더 많은 건 바로 이 점 때문이다. 마케터들은 소비자의 비용 지불 횟수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 돈, 생각만 해도 사람은 이기적이 된다

미네소타대 칼슨경영대학원의 캐슬린 보 교수와 동료 연구진은 사람들이 진짜 돈이 아니라 돈과 관련한 정보를 접하기만 해도 이기적인 행동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우선 사람들을 세 집단으로 구분해 각기 다른 정보를 제공했다. 첫 번째 집단에는 돈과 관련 없는 정보를 제공했다. 두 번째 집단에는 직접 돈을 주고 의사결정을 하도록 했다. 세 번째 집단은 급여나 가격 등과 같이 돈에 대한 정보만 제공했다. 이후 피실험자들에게 타인과 협력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실험 결과, 돈과 관련 없는 정보를 제공받았던 집단은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 협력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그러나 직접 돈을 받은 집단과 돈 관련 정보만 들었던 집단은 타인과 협력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일을 처리하려는 성향이 늘어났다. 직접 돈을 만진 집단과 돈과 관련된 정보에만 노출됐던 집단 간 차이는 크지 않았다.

돈에 노출되면 이익과 손실에 대한 개념이 더 강력히 활성화돼 협력하기보다는 개인적인 사고를 하는 경향이 커진다. 그만큼 돈은 사람을 이기적으로 만든다. 즉, 돈에 노출되면 독립적이 되고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으려 하며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줄이려는 성향이 증가한다. 그만큼 이기적이 된다는 뜻이다.

○ 기쁨은 늘리고 슬픔은 줄이려면

사람은 비용을 지불할 때 고통을 느낀다. 이왕 지불해야 할 돈이라면 소비자들이 같은 비용을 쓰더라도 기쁨은 더 크게 느끼지만 고통은 조금이라도 덜 받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격 할인 혜택을 제공할 때에는 세부적으로 나누어 제공하는 편이 낫다. 예를 들어 똑같이 10%를 할인해 준다고 하더라도 통으로 10%를 깎아준다고 말하지 말고 재구매 할인 2%, VIP 할인 3%, 특별할인 5% 등 세 가지를 합쳐 총 10% 할인율을 적용해준다고 말하면 소비자들은 더 큰 기쁨을 얻게 된다.

반대로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과 관련해선 가능한 합산해서 처리해 줄 필요가 있다. 여러 번에 걸쳐 돈이 나가는 걸 보면 소비자가 더 고통스러워하기 때문이다. 테마파크에서 놀이기구를 탈 때마다 돈을 내기보다 자유이용권을 구매하게 하면 단 한 번만 비용을 지출하면 되기 때문에 고객이 느끼는 손실감과 고통이 줄어들고 심리적 혜택은 증가한다.

금융 투자 상품처럼 이익과 손실이 함께 발생했다면 투자 포트폴리오 전체적으로 이익이 났는지 손실이 났는지를 고려해 달리 대처해야 한다. 예를 들어 A주식에서 10만 원을 벌고, B주식에서 5만 원을 잃었다면 “고객님께서는 이번에 주식 투자를 통해 총 5만 원의 수익을 보셨습니다”라고 합쳐서 말하는 게 좋다. 반면 C주식에서 5만 원을 벌고, D주식에서 10만 원 손실을 봤다면 C주식과 D주식의 투자 실적을 따로따로 구분해 이야기하는 편이 조금이라도 소비자의 고통을 줄여준다. 즉, 이익이 손실보다 크면 합해서 처리하고 반대로 손실이 이익보다 크다면 따로따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바람직하다.

소비자에게 마케팅 정보를 제공할 때에는 돈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될까? 소비자들이 이기적이 돼야 하는 상황에서는 돈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안락한 노후 생활과 관련한 프로그램이나 고수익을 보장하는 투자 상품 등에 대해 설명할 때에는 돈 얘기를 꺼내는 게 효과적이다. 반면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 상품처럼 타인과의 교류가 필요한 순간에는 돈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친구들 간 관계에서는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게 훨씬 더 중요한데 자칫 돈 이야기를 꺼냈다가 이기심과 갈등만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신병철 스핑클그룹 총괄 대표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9호(2013년 5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선택 단순화, 기업 성공의 지름길

▼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쇼핑객들에게 무료로 잼을 나눠주는 실험을 진행했다. 6종류의 잼을 나눠주자 40%의 행인이 행사 부스로 다가왔다. 이 중 30%가 실제로 잼을 구매했다. 나눠주는 잼의 종류를 24가지로 늘렸더니 행인 중 60%가 부스로 와서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 잼을 구매한 행인은 3%에 불과했다. 지나치게 다양한 선택안은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실행력을 떨어뜨린다. 복잡하고 상충된 상황에 놓이기 쉬운 기업은 의도적으로 목표와 행동규칙을 단순화해야 한다.


갈등 원인 알아야 정답 찾는다

▼ 전략적 사고


코감기에 걸리면 이비인후과에, 소화가 안 되면 내과에 간다. 골절상을 입었으면 정형외과를, 외모가 마음에 안 들면 성형외과를 찾는다. 혹시 목감기에 걸렸는데 피부과에 가는 사람이 있을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정신과’나 찾아가라고 할지 모른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원인을 제대로 찾아야 한다. 우리가 목감기에 걸렸을 때 피부과 아닌 이비인후과에 가는 것은 정확한 진단을 듣기 위해서다. 살면서 부닥치는 다양한 갈등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갈등의 원인을 다름, 구조, 이해관계, 해석으로 나눠 접근하면 더 효율적으로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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