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민간인 사살’ 유탄… 美정치 태풍의 눈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27일 04시 30분


[트럼프에 ‘민간인 사살’ 유탄]
공화당에서도 “이민정책 바꿔야”
지지층인 총기협회도 트럼프 비판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벌어진 불법 이민자 단속 과정에서 미 시민권자들이 잇따라 사살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이 미 정치권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뒤 강경 이민 정책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했지만, 위험 행동을 보이지 않은 시민들이 잇따라 연방 이민당국 요원에게 사살되자 야당 민주당은 물론이고 집권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공화당에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민 정책과 단속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5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의 총격에 백인 시민권자인 앨릭스 프레티(37)가 숨지면서 미국 정치권에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재향군인병원 간호사였던 프레티는 사건 당일 여러 명의 연방 요원에게 둘러싸여 5초 만에 10여 발의 총을 맞고 사망했다.

미국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공화당을 지지해온 전미총기협회(NRA) 등도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에선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이 큰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비판에 가세했다.

“트럼프 재임중 최악의 사건”… 공화당서도 “충격적” 비판 쏟아내
[트럼프에 ‘민간인 사살’ 유탄] 美정부, 민간인 사살 정당화 논라
“모두 일어서야” 오바마-클린턴 가세
총기협회도 “준법시민 악마화” 반발
트럼프, 여론 의식한듯 “사건 재검토”
강경파 측근 호먼 미네소타 파견도
시위대 겨누는 연방 요원
25일(현지 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연방 요원들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 가스를 발사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P 뉴시스
시위대 겨누는 연방 요원 25일(현지 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연방 요원들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 가스를 발사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P 뉴시스
“이번 사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동안 발생한 도덕적, 정치적 참사 중 최악의 사건이다. 이제 이민 문제는 공화당의 정치적 부담으로 역효과를 내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WSJ)

24일(현지 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시민권자 앨릭스 프레티(37)가 불법 이민자를 단속하던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들에게 사살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 정책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5일 진보 성향인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는 물론이고 보수 성향 WSJ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반이민 정책이 올 11월 중간선거의 최대 리스크로 돌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민주당이 운영하는(집권한) 피난처 도시(이민자 보호에 적극적인 도시)와 주들은 미 이민세관단속국(ICE)과의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26일 강경한 이민 정책 설계자로 꼽히며 ICE 국장대행을 지낸 톰 호먼 백악관 국경 차르를 미네소타주로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호먼의 성향상 강경 대응이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WSJ 인터뷰에선 여론 악화를 의식한 듯 이민 단속 요원들이 미네소타주에서 철수할 수 있고, 프레티 사망 사건과 관련된 모든 것을 조사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격렬해지는 시위
미니애폴리스에선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연방 이민 단속 기관의 강압적인 단속 및 체포 작전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미니애폴리스=AP 뉴시스
격렬해지는 시위 미니애폴리스에선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연방 이민 단속 기관의 강압적인 단속 및 체포 작전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미니애폴리스=AP 뉴시스
● 오바마-클린턴 前대통령 비판 성명

트럼프 행정부가 이틀째 프레티를 ‘연방 요원을 살해하려 한 암살자’ ‘국내 테러리스트’ ‘용의자’ 등으로 지칭하면서 여론은 급속히 악화됐다. 전날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영상 판독을 통해 “프레티는 한 손에 휴대전화만 들고 요원들의 공격을 받는 다른 시민을 도우려 했다”며 “주머니 속에 있던 총기는 합법적 소지품이었고 공격 징후는 없었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 당국자들이 이를 부인하자, 사건을 단정적으로 몰아 은폐하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민주당은 전직 대통령들이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하며 트럼프 행정부 비판에 힘을 모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프레티의 죽음은 우리 국가의 핵심 가치 중 상당수가 점점 더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며 “이런 일은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미국에서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끔찍한 장면들이 펼쳐지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약속을 믿는 모두가 일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국토안보부 예산이 포함된 핵심 연방정부 예산안을 저지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 이민 정책에 대한 총공세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사태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공화당 주지사협회장인 케빈 스팃 오클라호마 주지사는 CNN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은 지금 벌어지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잘못된 조언을 받고 있다”고 했다. 빌 캐시디 상원의원(루이지애나)도 “미니애폴리스에서 벌어진 일들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단속 최전선의 국토안보부에 대한 신뢰가 위태로워졌다”고 지적했다.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알래스카)은 “이민 단속 요원들의 훈련 수준과 적절성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했다.

이민당국 요원이 총기를 소지했다는 이유로 미국 시민을 사살했고, 정부가 이를 옹호했다는 점 때문에 공화당의 전통 지지 기반 중 하나로 여겨지는 전미총기협회(NRA)도 반발했다. NRA는 “법을 준수하는 시민들을 악마화하지 말고 철저한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 트럼프, 여론 악화에도 민주당 탓 이어가

각계의 비판에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번 일이 발생한 것은 민주당 때문”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특히 그는 “공화당이 이끄는 도시와 주에서는 이러한 작전(불법 이민자 단속)이 평화롭고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그 이유는 지역의 법 집행기관이 연방기관과 협력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론이 급속히 악화된 걸 의식한 듯 WSJ 인터뷰에선 “(사살한 요원의 행동과 관련해) 모든 사안을 재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이민 단속 요원들이 언젠가는 해당 지역을 떠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WSJ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대통령 측근들이 이번 사건을 정치적 부담으로 여기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사건과 관련해 수십 통의 전화를 받았고, 상원의원과 행정부 관리들과도 통화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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