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마트 최초로 가구 디자이너로 채용된 이마트의 신성희 씨는 “가구 전문 업체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격이 싸면서 디자인도 예쁜 가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마트 제공
“선진국에서는 옷을 사는 것처럼 계절이나 기분에 따라 가구를 구입하는 게 보편화돼 있어요.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가 내년 국내에 진출하면 한국에서도 대형마트에서 부담 없이 가구를 구입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까요.”
이마트는 지난해 9월 한샘과 일룸 등 가구 전문 업체에서 가구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은 신성희 씨(32)를 채용했다. 대형마트에서 가구 전문 디자이너를 채용한 것은 처음이다.
이마트가 신 씨를 뽑은 것은 이케아의 내년 한국 진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신 씨에게 주어진 과제도 중저가의 다양한 품목을 갖춘 이케아를 겨냥해 대중적이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가구를 선보이는 것이다. 지난주 만난 그는 “한국도 ‘이케아 시대’에 발 빠르게 대비해야한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이케아의 한국 진출이 늦었던 건 한국 특유의 정서 때문이라고 봐요. 한국인에게 여전히 가구는 한 번 살 때 제대로 사서 두고두고 쓰는 것이죠. 배송과 시공 서비스는 당연히 있어야 하고요. 하지만 1, 2인 가구가 늘면서 가구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고 있어요. 가구도 제조유통일괄형(SPA) 시대가 온 거죠.”
신 씨는 입사하자마자 대형마트에서 가구를 자주 구매하는 고객 성향부터 분석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고객이 학부모였으며 10만∼20만 원대 학생용 가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시장조사 결과를 반영해 신 씨는 5개월간의 디자인 작업 끝에 새 학기에 맞춰 세 가지(레이, 린, 론) 시리즈 상품을 선보였다.
학습 방식에 따라 침대 책상 책장 서랍 등의 가구를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 레이 시리즈는 19만8000원으로 비슷한 디자인의 타사 상품보다 50%가량 싸다. 화장대 겸용 책상이 포함돼 싱글족이 원룸처럼 작은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린 시리즈는 500세트 중 300세트가 이미 판매됐다. 독서실 가구처럼 디자인해 학습 집중력을 높여주도록 한 론 시리즈 책상도 학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는 “대형마트는 가격경쟁력을 우선시하는 점에서 가구 전문회사와 다르다”며 “품질이나 디자인, 친환경적 요소를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2009년부터 양말 및 잡화, 언더웨어, 액세서리, 신발 부문에 디자이너를 두고 있으며 자체 브랜드(PB) 상품의 품질 차별화를 위해 전문 디자이너 채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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