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Dining 3.0]식음료업계 ‘이성 마케팅’ 강조

  • 동아일보

소비자가 똑똑하니까… 우린 확실한 정보로 겨룬다

연예인을 앞세워 감성을 자극했던 식음료 업계 광고들이 최근 이성적인 방법으로 바뀌고 있다. 원산지부터 재료, 효능 등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주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카마로사 딸기’를 강조하는 과일 음료 브랜드 스무디킹에서 손님이 음료를 주문하고 있다. 스무디킹 제공
연예인을 앞세워 감성을 자극했던 식음료 업계 광고들이 최근 이성적인 방법으로 바뀌고 있다. 원산지부터 재료, 효능 등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주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카마로사 딸기’를 강조하는 과일 음료 브랜드 스무디킹에서 손님이 음료를 주문하고 있다. 스무디킹 제공
《 흰색 원피스를 입은 한 소녀. 알 수 없는 공간에 서 있는 그에게 물고기가 꼬리 치며 다가온다. 소녀는 큰 눈을 깜빡거리며 주위를 둘러본다. SK텔레콤이 20대를 겨냥해 내놓은 서비스 브랜드 ‘TTL’. 14년 전 나온 이 브랜드 광고는 우리나라 대표 감성 광고로 꼽힌다. 구체적인 정보는 없이 ‘흰 원피스 소녀’의 이미지만을 부각했지만 머릿속에 선명한 인상을 남겼다.

통신업계에서 시작된 감성 광고는 이후 다른 업종으로 퍼져갔다. 식품업계도 마찬가지였다. “가, 가란 말이야!”로 유명한 음료 ‘2%’부터 “저 이번에 내려요” 하는 커피 음료 ‘레츠비’ 등의 광고에서 제품 설명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감성에 젖기만 한 줄 알았던 식음료업계가 최근 이성적으로 바뀌었다. 재료가 무엇인지, 어떤 효능이 있는지, 원산지는 어딘지 등 1970, 80년대 광고처럼 제품 정보를 강조하고 나섰다. 업계에서는 ‘스마트 컨슈머’로 불리는 똑똑한 소비자를 잡기 위해 마케팅 방법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한다. 》

효능·재료를 강조한 이성 마케팅

빵에 들어가는 재료를 강조한 캠페인 ‘빵을 읽다’를 진행 중인 CJ푸드빌의 ‘뚜레주르’. CJ푸드빌 제공
빵에 들어가는 재료를 강조한 캠페인 ‘빵을 읽다’를 진행 중인 CJ푸드빌의 ‘뚜레주르’. CJ푸드빌 제공
“빵은 먹는 것이 아닌, 읽는 것이다?”

CJ푸드빌의 ‘뚜레주르’가 최근 하고 있는 캠페인 ‘빵을 읽다’를 보면 이런 궁금증이 들 것이다. ‘빵을 읽다’는 어떤 재료가 빵에 들어가는지, 어떻게 만드는지를 매장 내 제품 소개글로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한 캠페인이다.

내용을 보면 식빵과 모닝롤 등 식사용 빵에는 촉촉하고 쫄깃한 식감을 살려주는 밀가루, 페이스트리는 가볍고 바삭거리는 결을 살려주는 밀가루, 쿠키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함을 유지해주는 밀가루 등 빵 특성에 맞는 전용 제품을 쓰는 식이다. 반죽의 핵심 재료 가운데 하나인 소금은 정제염보다 미네랄이 많이 든 신안 천일염을 쓴다는 것도 캠페인의 주 내용이다.

최근 나온 ‘빵 속에 순 우유’는 물 대신 국내 유기농 우유로 반죽했다는 것을 강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캠페인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뚜레주르 관계자는 “캠페인 실시 후 매출이 15% 오를 정도로 재료 공개가 소비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비춰졌다”고 평가했다.

초콜릿 속 효능이 무엇인지 소비자에게 설문 조사를 한 롯데제과 광고. 롯데제과 제공
초콜릿 속 효능이 무엇인지 소비자에게 설문 조사를 한 롯데제과 광고. 롯데제과 제공
오히려 역으로 소비자에게 묻는 업체도 있다. 롯데제과는 최근 다크 초콜릿 ‘드림카카오’에 어떤 효능이 있는지 묻는 광고를 내보내고 한 달 동안 온라인 설문을 벌였다. 그 결과 참여자 2만728명 중 약 29.5%(6123명)가 드림카카오를 먹고 스트레스 해소 효과를 봤다고 답했다. 다이어트 효과(5505명), 집중력 향상(4836명), 노화 방지(4264명)가 뒤를 이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소비자 설문을 토대로 효능을 강조한 마케팅을 벌이고 드림카카오 같은 다크 초콜릿 계열 제품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증’은 음식을 권위 있게 만든다

공인기관 ‘인증’ 표시도 최근 다시 강조되는 분위기다. 매일유업 어린이 제품 ‘맘마밀 요미요미 유기농 쌀과자’는 제품 포장 앞뒷면에 식품안전관리(HACCP) 인증,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 인증, ‘돌나라유기인증코리아’로부터 받은 유기가공식품 인증까지 모두 넣었다.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는 최근 ‘빕스 스테이크 마스터’ 자체 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스테이크 요리를 아무나 만들게 하지 않고 8주간 스테이크 전문 교육을 받은 요리사만 하도록 했다. 빕스 관계자는 “아무나 만들지 않고 ‘권위 있는’ 요리사만 스테이크를 구울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며 “까다로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카마로사 딸기’ 로 만들었다며 원산지를 강조한 스무디킹 광고. 스무디킹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의 ‘카마로사 딸기’ 로 만들었다며 원산지를 강조한 스무디킹 광고. 스무디킹 제공
‘원산지 커밍아웃’의 시대


식음료업계의 이성 마케팅은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이다. 제품 원산지를 강조하는 ‘원산지 마케팅’도 그중 하나로 꼽힌다. 원재료의 출처를 밝혀 신뢰도를 높이고 지역 고유의 특징을 제품 이미지로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과일음료 브랜드 ‘스무디킹’이 최근 내세우는 ‘카마로사 딸기’를 꼽을 수 있다. 전유광 스무디킹 마케팅팀장은 “카마로사 딸기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연구 개발해 만든 품종으로 알이 크고 단단해 당도가 높고 과즙이 풍부한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스무디킹은 매장에 카마로사 딸기 홍보 패널을 붙이고 온라인 사이트에 원산지 내용을 소개하는 등 온·오프라인에서 원산지를 앞세워 홍보하고 있다. 경북 영주시의 풍기 인삼을 갈아 넣은 할리스커피의 ‘허니수삼라떼’나 경북 상주시 홍시로 만든 탐앤탐스의 ‘홍시 스무디’도 원산지를 강조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경남 산청군의 딸기로 만든 케이크 신제품 11종을 내놓은 파리바게뜨도 원산지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SPC그룹 관계자는 “지리산 청정골에서 자란 산청 딸기는 당도와 산도가 뛰어나다”며 “‘하이베드(High Bed·지면에서 1.2m 위에서 재배하는 방식으로 병충해 피해가 없어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음)’로 재배한 것임을 제품 소개글을 통해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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