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삶 20대 가장 둘, 미소금융서 미소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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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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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미소금융 대출금 1000억원 돌파

학자금 등 대출금에 발목을 잡혀 대학생활도 포기했던 김정원 씨가 지난달 삼성미소금융재단의 도움을 받아 차린 치킨집에서 배달을 
나가고 있다. 그의 단기 목표는 올해 안에 빚 2500만 원을 다 갚고 복학하는 것이다. 삼성미소금융재단 제공
학자금 등 대출금에 발목을 잡혀 대학생활도 포기했던 김정원 씨가 지난달 삼성미소금융재단의 도움을 받아 차린 치킨집에서 배달을 나가고 있다. 그의 단기 목표는 올해 안에 빚 2500만 원을 다 갚고 복학하는 것이다. 삼성미소금융재단 제공
2월 15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 골목에 56m² 크기의 작은 치킨집이 문을 열었다. 겉보기엔 여느 치킨 가게와 다를 게 없지만 젊은 사장 김정원 씨(24)에겐 ‘꿈의 가게’다.

김 씨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890만 원의 빚을 졌다. 대학 등록금이 없어 학자금을 대출받은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열심히 살면 금방 갚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군 제대 후 복학도 포기한 채 패스트푸드점, 편의점을 전전하며 3년간 일했지만 매달 손에 쥐는 돈은 150만 원 선. 대출금을 갚기는커녕 소득이 전혀 없는 어머니와 둘이 살기에도 부족했다.

빚이 빚을 낳는 악순환에 시달리던 김 씨는 창업해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대로는 영영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겠다’는 두려움이 낳은 도전이었다. 보증금 1500만 원짜리 적당한 가게를 찾았지만 역시 자금이 문제였다. 이미 대출이 1000만 원 가까이 있어 시중은행에는 대출서류도 낼 수 없었다. 그는 “그때 내 신용등급이 10등급 중 9등급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카드론도 알아봤지만 연 38%의 대출이자를 내야 해 엄두도 못 냈다”고 했다. 불타오르던 의욕이 꺼져 갈 때쯤 그는 삼성미소금융재단을 소개받아 연 4%대에 1500만 원을 빌렸다.

처음에는 재단의 대출조건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재단 측은 창업에 앞서 이틀간 절세 및 마케팅 전략 등을 가르친 뒤 창업 이후 꾸준히 컨설팅을 받는다면 돈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교육 때 ‘상투적인 할인쿠폰보다는 색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단골고객 모집의 비결’이라고 배웠다는 김 씨는 요즘 단골손님을 모으는 데 재미를 붙였다. 그는 “작은 사이즈의 음료수를 시킨 고객에게 큰 사이즈로 업그레이드해줬더니 정말 좋아하더라”며 “장사 노하우도 함께 얻었다”고 했다.

기업 미소금융재단 가운데 처음으로 삼성그룹이 운영하는 삼성미소금융재단이 2009년 12월 출범 후 3년여 만인 지난달 대출금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일반 금융회사에서는 대출받을 수 없는 서민 6362명이 연 3∼4%대 저리로 6877건의 대출을 받았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포스코 등 6개 대기업은 2019년까지 총 1조 원을 운용할 계획이다.

1000억 원 돌파를 기념해 재단이 공모한 고객 수기에는 다양한 희망가가 담겨 있다. 외무고시를 준비하던 대학생 김승지 씨(가명·23·여)는 지난해 2월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는 바람에 가족을 뒷바라지해야 하는 소녀가장이 됐다. 휴학하고 남은 재산을 털어 엄마와 작은 식당을 차렸지만 매출은 바닥을 쳤다. 식자재를 구입할 돈도 마련하기 빠듯했다.

김 씨 역시 백방으로 돈을 빌리려 했지만 이미 학자금 대출이 있었고 나이가 어려 대부업체조차 받아주지 않았다. 사채라도 써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에 삼성미소금융의 전단을 보게 됐다. 상담과 창업교육, 자립 및 자활을 위한 정신교육을 받은 뒤 1000만 원을 3%대 이자로 빌렸다. 식당 개업 때 연 40%에 600만 원을 빌린 것에 비하면 이자는 10분의 1도 안 된다.

김 씨는 개업 후 힘든 생활을 하면서도 매달 마지막 주 어려운 노인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대접해왔다. 그는 “가게 운영 여건이 악화돼 이마저 접어야 할 판이었는데 이번 달도 무사히 식사를 제공할 수 있게 돼 정말 다행이다”고 수기에 적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미소금융#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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