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中企 투자 꽁꽁… 신보, 보증목표 첫 미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4일 03시 00분


“돈 쓰라” 권해도 포기 속출… 연말까지 40조 못채울듯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소기업들의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이에 따라 신용보증기금이 1976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자체적으로 설정한 보증 목표를 채우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신보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의 업종별 시설투자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부품 관련 기업들의 평균 시설투자액은 2009년 9억3400만 원에서 올해 들어서는 12월 18일까지 3억1500만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기어 및 동력전달장치 제조업체들도 같은 기간 평균 2억7200만 원에서 2억3100만 원으로 줄었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신보의 보증을 받아내고 투자를 포기하는 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의류 유통업체 A사는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50억 원 보증 승인을 받고도 최근 이를 스스로 포기했다. 당초 시설투자에 쓰기 위해 보증을 신청했지만 경기가 나빠지면서 취소한 것이다.

서울 종로구에 본사를 둔 해운업체 B사(지난해 매출액 1120억 원)도 신보가 60억 원의 보증 지원을 제안했지만 “글로벌 해운경기 침체가 심각해 당장 시설투자에 나서기가 부담스럽다”며 거절했다. 박국근 신보 광화문지점장은 “우량 업체들에 보증 지원을 권해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친다”고 전했다.

안택수 신보 이사장은 “18일 현재까지 보증실적이 39조4206억 원에 머물고 있다”며 “수요가 거의 없어 연말까지도 40조 원 목표를 채우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신보는 올해 8월 보증 목표를 정부가 연초 제시한 목표치(38조5000억 원)보다 1조5000억 원 늘렸다.

이에 따라 신보는 ‘지점장들이 직접 중소기업들을 찾아가 보증을 적극 권유하라’는 공문을 전국 영업점에 보내며 목표 달성을 독려하고 있다. 또 시설투자를 위한 보증 수요를 높이기 위해 일반보증에 비해 수수료를 더 깎아주는 특례보증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추가되는 특례보증 대상에는 연구개발(R&D) 사업, 해외에서 국내로 생산기지 등을 옮기는 ‘U턴 기업’ 등이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불황#신용보증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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