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권한 내려 놓는 최태원 회장 “지배구조 새 모범사례 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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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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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그룹 ‘따로 또 같이 3.0’ 체제 내년 출범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26일 임원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그룹 총수로서의 권한을 대폭 내려놓는다는 내용의 ‘따로 또 같이 3.0’ 체제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는 SK그룹 주요 계열사의 경영진과 사외이사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26일 임원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그룹 총수로서의 권한을 대폭 내려놓는다는 내용의 ‘따로 또 같이 3.0’ 체제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는 SK그룹 주요 계열사의 경영진과 사외이사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SK그룹 제공
SK그룹이 최고경영자(CEO) 인사권, 투자 등 의사결정을 포함한 총수의 권한을 각 계열사 이사회에 대거 넘기는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그룹 주요 계열사 CEO와 사외이사 등 40여 명이 26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아카디아 연수원에서 2시간여 동안 임원 세미나를 열어 ‘총수 경영’으로 대표되는 과거 경영체제를 버리고 계열사의 자율적 독립경영을 보장키로 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내년 1월 새 체제 출범과 함께 그룹 총수의 권한 대부분을 내려놓게 된다.

▶본보 26일자 A2면… 최태원 총수권한 대폭 내려놓는다

이날 세미나의 하이라이트는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을 시작으로 17개 계열사 CEO 21명(공동대표 포함)이 차례로 단상에 나와 ‘상호 협력방안 실행을 위한 협약서’에 서명하는 장면이었다.

지주회사와 각 계열사가 맺은 이 협약서에는 계열사의 재무관리를 제외한 나머지 업무는 모두 각 계열사 경영진과 이사회에 이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최 회장은 지난달 열린 1차 세미나에서 “앞으로 자기 회사의 일을 지주회사에 물어보지도, 가져오지도 말라”고 말하는 등 권한 이양 의지를 강하게 밝혀왔다.

최 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도 “따로 또 같이 3.0 체제는 아무도 해보지 않은 시도여서 쉽지는 않지만 더 큰 행복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가야만 하는 길”이라며 “좋은 지배구조로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모두가 믿음과 자신감을 가지고 추진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SK그룹의 각 계열사는 또 해외 공동진출, 사장단 인사, 대외 홍보 등 그룹 차원에서 협력해야 할 사항은 △글로벌 성장 △인재 육성 △커뮤니케이션 △동반성장 △전략 △윤리경영 등 6개 분야 위원회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SK 측은 “협약서 체결을 통해 지주회사와 각 계열사의 CEO들이 새로운 경영체제에 합의했다”며 “계열사별로 2, 3개의 위원회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의 새로운 경영체제는 각 위원회의 인선이 마무리되는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각 계열사는 수백억 원 규모의 투자를 할 때도 최 회장은 물론이고 지주회사에 보고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경영진과 이사회가 결정하게 된다. 그룹 간 교류가 많은 CEO급 인사를 할 때도 계열사 대표들이 모이는 인재육성위원회를 통해 결정한다. 지주회사인 SK㈜는 계열사가 얼마의 수익을 올렸는지, 재무 분야 성과만 점검하는 것으로 역할을 축소했다.

SK그룹 측은 “계열사별로 가장 효율적인 성장을 추진하면서 그룹 경영의 장점을 살리는 새로운 경영체제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현재 60조 원 규모인 기업가치를 300조 원 규모로 늘리는 글로벌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SK그룹은 이번 경영 실험을 통해 총수가 소수의 지분만으로 전체 그룹을 좌지우지한다고 비판받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주회사 규제 강화 등 최근 강하게 부는 경제민주화 여론의 압력에서도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최 회장이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등 계열사 경영을 쥐고 있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한다. 이에 따라 그룹 안팎에서는 향후 인사에서 최 회장 형제의 자리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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