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가 19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한국 중국 일본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계획을 보고했다. 한중일 FTA 협상 개시를 위한 국내 절차를 마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캄보디아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2015년까지 양국 간 무역액이 3000억 달러에 이르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한중일 3국은 20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리는 통상장관회의에서 FTA 협상 시작을 선언하고 1차 협상 개최 일정을 논의한다. 또 이날 프놈펜에서 함께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아세안과 한중일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16개국 정상은 이들 지역을 FTA로 묶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 시작을 발표할 예정이다.
○ 타결 시 세계 3위 통합시장으로 부상
우여곡절 끝에 막이 오르게 됐지만 한중일 FTA의 앞길이 평탄치만은 않다. 당장 3국 간 외교 마찰이 ‘현재진행형’인 데다 세 나라 최고지도층의 교체기까지 겹쳐 탐색전 수준의 조심스러운 접근이 불가피하다. 세 국가 간의 경제수준도 차이가 커 이해관계를 둘러싼 의견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한중일 FTA는 어느 쪽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선택이다. FTA가 타결돼 세 나라가 하나의 지역 통합시장으로 묶인다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2011년 명목 국내총생산 18조 달러)과 유럽연합(EU·17조6000억 달러)의 뒤를 잇는 세계 3위의 시장(14조3000억 달러·1경5587조 원)으로 급부상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중일 FTA가 체결될 경우 발효 후 10년간 한국이 최대 163억 달러(약 17조7670억 원)의 경제적 이득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김영귀 KIEP 지역통상팀장은 “외국인 투자 증가와 비관세장벽 감축에 따른 효과까지 고려하면 한중일 FTA의 거시경제 효과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주요 산업 중에서는 석유화학 기계 전자 자동차 철강 등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국의 중소기업과 경공업 부문은 노동집약적 제조업이 강한 중국에, 부품소재 분야 등은 기술력이 강점인 일본에 밀릴 우려가 있다. FTA 협상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인 농업의 경우 한국과 일본이 개방에 소극적이라 3국 간 협상에서 개방 범위는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 ‘한중일보단 한중 FTA가 우선’
독도 문제로 한일 간 외교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8월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 재무장관회의 등을 보류하면서도 한중일 FTA 실무협의 채널만큼은 닫지 않았다. 이번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도 3국 정상회의는 열리지 않지만, FTA는 ‘협상 개시 선언’이라는 성과를 이뤄내며 일단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패권주의 성향이 짙은 중국과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적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일본의 힘겨루기가 협상 진행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두 경제대국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적절한 ‘중재자’ 역할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힘들다.
한국 정부 안에는 산업구조가 비슷한 일본과 FTA를 맺는 데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13억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과의 FTA를 우선 추진하고 한중일 FTA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점진적으로 접근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태도다. 이 대통령이 이날 원 총리와 만나 “양국 경제의 활력을 높일 수 있도록 협상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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