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성공 위한 수업료… 망설임없이 도전을”

■ ‘좀 놀던’ 2명이 말하는 대기업 입사비결

힙합 가수 출신인 권순범 삼성디스플레이 사원(왼쪽)과 개그맨을 꿈꿨던 주광호 현대자동차 사원. 이들은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항상 배운다는 긍정적인 자세로 치열한 취업의 경쟁을 뚫었다. 각 사 제공

“아임 소 샤이니, 비코즈 오브 힙합!(I’m so shiny, because of hiphop)! 내 삶은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어, 벅차, 내 맘이 빛나고 있어!”

힙합 모자에 자신의 몸보다 두 배는 커 보이는 통 넓은 청바지를 입은 그는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멋진 랩을 선보였다. 그러더니 배시시 웃으며 “삼성 직원같이 안 생겼죠?”라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사에 성공한 권순범 씨(26)다.

힙합 가수 출신인 그는 대학 학점도, 토익 점수도 내세울 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런데도 실패에서 무언가를 배우려는 자세만은 남달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런 점을 높이 평가해 2월 인하대 고분자신소재학과를 졸업한 그를 사원으로 맞아들였다.

○ 삼성으로 간 무명 힙합 가수

하고 싶은 말을 리듬에 맞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된 권 씨는 중학생 때부터 힙합 가수를 꿈꿨다. 대학 3학년 때인 2010년 ‘The Monster’라는 첫 디지털 싱글 앨범을 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승리를 위한 특별한 소리를 낼 준비가 됐다는 뜻으로 자신이 만든 가명 ‘Res V(Ready to Especial Sound for Victory)’가 무색할 정도였다.

“힙합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할 만큼 간절했던 그에게 첫 번째 앨범 실패는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등한시했던 학과 공부를 시작했다. 2학년 때까지 평균 3.1점(4.5점 만점)에 그친 학점을 졸업할 때는 3.6까지 끌어올렸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졸업논문은 과 차석을 차지했다. 이런 와중에도 작년에는 두 번째 힙합 앨범 ‘The 2nd Flight’를 발표했다.

그는 “앨범을 위해 밤을 지새웠던 그때의 열정으로 다니고 싶은 회사에서 일하기 위해 공부했다”고 말했다. 하루에 한 번씩 자신의 계획을 소리 내어 말했다고 한다.

○ 현대자동차로 간 개그맨

올 2월 국민대 식품생명학과를 졸업하고 7월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주광호 고객서비스1팀 사원(28)은 준(準)프로 개그맨이었다. 2008년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 전용 대학로 공연장에서 6개월간 공연을 했고, 같은 해 전국 ‘개그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타기도 했다.

하지만 부모님의 격렬한 반대에 부닥쳐 개그를 포기해야 했다. 좌절하는 대신 그는 현대차에 입사해 멋진 자동차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겠다고 결심했다. 2010년 ‘Long’과 ‘Wrong’의 발음을 구별하는 것부터 시작해 영어공부에 매달렸다.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가서는 하루에 5시간만 자며 영어를 파고들었다. 그런데도 토익 700점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용감하게’ 현대차에 지원했다. 경쟁자들보다 객관적인 스펙은 떨어지지만 동대문시장 좌판에서 옷을 팔기도 하고 밴드활동, 개그 등 남들이 갖지 못한 다양한 경험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치열한 경쟁을 뚫어냈다.

두 사람의 재능은 입사 후에도 빛을 보고 있다. 권 씨가 작사하고 부른 ‘삼성인의 힘’이라는 노래는 현재 삼성 신입사원 연수에서 체조곡으로 활용되고 있고, 주 씨는 채용설명회 때마다 사회를 보며 회사를 홍보하고 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패하는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진정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도전하라. 실패하더라도 그 속에서 무언가를 배운다면 그것은 수업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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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