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신입사원 1년도 안돼 ‘퇴사 러시’… 무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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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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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392개 기업 채용실태 조사했더니… 中企 대졸신입 절반, 1년도 안돼 퇴사

지난해 초 신입사원 90명을 선발한 국내의 한 대형 식품업체는 최근 새내기 사원들의 잇단 ‘엑소더스’ 때문에 충격에 빠졌다. 최종 합격자 발표 직후 진행한 오리엔테이션에 5명이 불참한 것을 시작으로 매달 3, 4명씩 사표를 썼다. 지금까지 30명 이상이 회사를 그만뒀다.

이모 씨(27·여)는 3월 동료와 함께 이 회사를 그만두고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백수’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제대로 따져 보지도 않고 원치 않는 회사에 입사한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며 “퇴사한 동기들 중 일부는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다른 회사로 적을 옮겼지만 나처럼 공무원 시험을 보려는 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어렵사리 직장을 구한 신입사원들의 조기(早期) 퇴직률이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청년 취업난 속에서 ‘바늘구멍’을 뚫고 직장인이 된 신입사원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92개 기업을 조사해 3일 발표한 ‘신입·경력사원 채용 실태 특징’에 따르면 지난해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의 1년 이내 퇴사율은 23.6%였다. 2010년 조사(15.7%) 때보다 7.9%포인트 높아졌다. 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입사를 포기하는 입사 포기율도 7.6%나 됐다. 전체 신입사원 채용시험 합격자를 100명이라 한다면 1년 뒤에도 해당 업체에 다니는 사원은 70.6명에 그친다는 얘기다.

신입사원들의 퇴사 러시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심각했다.

대기업의 최종합격자 입사 포기율은 6.2%, 1년 내 조기 퇴직률은 8.6%였다. 100명을 선발했다고 가정했을 때 1년이 지나고도 남는 인원은 86명으로 14명의 인력이 사라지는 것이다. 반면 중소기업은 입사 포기율이 25.1%이고 1년 내 조기퇴직 비율도 30.6%에 달해 평균적으로 100명의 합격자 중 1년 뒤 남아 있는 인원은 52명에 그쳤다. 중소기업의 신입사원 이탈 현상이 대기업의 3.4배에 이르는 셈이다.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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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들이 조기 퇴직하는 가장 큰 이유로 기업들은 ‘조직 및 직무 적응 실패’(43.1%)를 꼽았다. 이어 ‘급여 및 복리후생 불만’(23.4%) ‘근무지역 및 근무환경에 대한 불만’(14.2%)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 조사에서는 ‘공무원 및 공기업 취업 준비’(12.4%) 또는 ‘진학 및 유학’(6.4%)을 위해 회사를 그만둔다는 응답의 비율이 2010년(9.6%)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 특징이다.

김동욱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달리 올해 조사에서는 상대적으로 나아진 국내 경기 상황을 반영하듯 공무원 시험 및 유학 준비 비율이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직의 원인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달랐다. 대기업 신입사원의 경우 공무원 준비 및 대학원 진학을 위해 회사를 그만둔다는 비율이 40.6%였다. ‘조직 및 직무 적응 실패’가 원인이라는 응답은 43.8%였고 ‘급여 및 근무환경에 대한 불만’이라는 답은 15.7%에 그쳤다.

반면 중소기업은 ‘급여 및 복리후생에 대한 불만’이 29.2%였고 ‘근무지역 및 근무환경에 대한 불만’이 17.5%로 나타나 절반 가까운 인원이 회사에 대한 불만 때문에 조기 퇴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널A 영상]“중소기업은 ‘절’ 들어간 날만 쉰다는 소리가…”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신입사원#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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