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회장 영접보다 고객 응대가 우선”… 신격호의 거화취실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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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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去華就實·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 추구

《 “내가 높은 사람인가? 고객이 높은 사람인가? 여기서 제일 높은 사람은 자네가 비키라고 한 고객이네. 나는 높은 사람이 아니다. 나는 고객이 불편함이 없는지 보러 온 것이고 나는 그것만 보면 되는데 받들어 모셔야 할 고객을 비키라고 한 것이 말이 되느냐.” 》
롯데그룹 창업자인 신격호 총괄회장(90)은 매장을 자주 방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티 내지 않고 조용히 다닌다는 점이다. 그는 매장을 둘러볼 때 수행원을 한 사람으로 제한한다고 한다. 그런 신 회장이 한번은 정기세일 기간에 롯데백화점 매장을 방문했다. 손님이 많아 혼잡스러웠는데 신 회장이 온다고 하자 점장이 나섰다. 점장은 회장을 따라 나섰고 안전요원을 대동했다. 그리고 안전을 생각해 신 회장이 지나갈 때 사람들을 비키게 해서 길을 터줬다. 신 회장은 그 자리에서 점장을 호되게 야단쳤다. 점장의 행동은 평소 신 회장의 철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나서는 걸 매우 싫어한다. 언론에 잘 등장하지 않고 쓸 데 없는 말도 거의 하지 않는다. 외부 활동을 할 시간에 본업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의 크기나 장식도 소박하다. 그의 집무실에는 ‘거화취실(去華就實)’이라는 액자가 걸려 있다. 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을 추구하는 그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액자인 셈이다.

이런 ‘조용한 리더십’이 가치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결과로도 입증이 됐다. 울리크 말멘디어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여러 기관에서 상을 받은 유명한 스타급 최고경영자(CEO)들이 상을 받은 후 평균적인 CEO보다 낮은 성과를 낸다고 지적했다. 라케시 쿠라나 하버드대 경영대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쓴 ‘슈퍼스타 CEO의 저주’란 논문에서 기업의 비전을 제시하고 언론과 이해관계자들의 혼을 빼놓는 카리스마가 강한 CEO들이 놀랍게도 기업의 실적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저서 ‘굿 투 그레이트(Good to Great)’에서 위대한 기업의 CEO들은 하나같이 모두 겸손하고 조용하지만 엄청난 의지력과 단호함을 가진 ‘레벨 5’ 리더십을 보인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어린 나이에 일본에 건너가 고생 끝에 일본에서 사업에 성공한 후 뒤늦게 고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 롯데그룹은 이제 국내 재계 서열 5위까지 올랐다. 신 회장의 ‘거화취실’ 리더십은 소리 없이 강했다.

김선우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sublim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5호(2012년 10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구독 문의 02-2020-0570

탁월한 성장기업의 공통 DNA

▼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안정적이면서도 예측 가능한 성장은 모든 기업의 목표이자 모든 투자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리타 건터 맥그래스 미국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탁월한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기업들은 뚜렷한 공통점을 지닌다. 우선 민첩하고 적응력이 뛰어나다. 끊임없이 투자하고 일상적인 업무 처리 방식에 혁신이 녹아 있다. 다양하면서도 서로 연관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경영진과 전략, 가치가 매우 안정적이다. 공통의 문화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며 충성스러운 인재와 고객을 놓치지 않는다.


공짜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 Economy of Pitfalls


화장품 회사가 나눠준 샘플을 써보고 용량이 많은 정품을 구매했다. 케이블TV 회사가 공짜로 제공한 영화를 한 달간 보고 더 많은 영화를 볼 수 있는 유료 서비스를 신청했다. 정수기를 공짜로 얻고 대신 생수가 정기적으로 배달되도록 주문했다. 공짜는 생각보다 힘이 세다. 소비자는 공짜에 열광한다. 기업은 이런 소비자 심리를 활용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공짜 전략이 남발되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다. 자원이 남용되고 독과점이 심해지며 결국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이 올라간다. 공짜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격호#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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