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대기업규제 공약 실현땐 재앙”… 재계, 통진당 의석수에 촉각

장강명 산업부 기자

기업들이 11일 실시되는 19대 총선의 결과와 파장에 유난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총선 이후 연말 대선이 있어 정당들이 반(反)기업 정서에 기대 ‘기업 때리기’를 계속하며 득표 극대화에 나설 것은 분명한데, 기업 때리기의 모습이 무엇일지 불확실하다는 것이 걱정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판세가 박빙이라 총선 결과를 예측하기도 힘들고, 정당별 의석수가 정해진다 해도 그 판세가 대선을 거치면 어떻게 바뀔지도 알 수 없다”고 푸념했다. 대기업 규제를 강력히 주장하는 정당이 다수당이 되고 거기서 대통령이 나올 수도 있지만 정반대 상황이 올 수도 있고, 소수당에서 대통령을 배출하는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될 수도 있으니 불확실성이 좀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19대 국회 내내 정책연대를 이루며 기업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지, 대선을 앞두고 결별할지도 미지수다.

재계단체나 대기업 임직원들은 ‘다수당은 어느 당이 될까’보다는 오히려 ‘통진당이 몇 석이나 얻을까’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도 보인다. 대기업 관련법을 한데 묶은 ‘재벌규제법’을 만들어 30대 기업을 단계적으로 3000개 전문 기업으로 해체하겠다는 통진당의 공약이 그대로 실현돼 ‘재앙’을 맞을 거라고 여기는 기업인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그 수준까지는 아니라도 통진당이 향후 대선 정국이나 의회 운영에서 적은 의석으로도 주도권을 쥘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는 우려는 결코 적지 않다. 노동계 인사가 대거 국회에 진출해 노사관계 선진화의 성과가 후퇴할지 모른다는 예상도 기업들로서는 상상하기 싫은 대목이다.

한 재계단체 간부는 “대선을 앞두고 통합진보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 지금보다 더 강한 대기업 규제 공약을 내세울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단체의 팀장은 “이번 총선은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에 국민이 ‘반(反)기업 공약이 효과가 있다’거나 또는 ‘포퓰리즘은 소용없다’는 신호를 주는 선거”라며 “그런 차원에서 결과를 각별히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공약 실종에 대한 아쉬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대규모로 진행 중인 한 그룹의 팀장은 “과거 총선에서는 선거 이후 생겨날 사업 기회와 관련해 준비할 일이 있었는데 이번엔 그런 게 없다”며 “환경, 녹색성장 얘기조차 쏙 들어간 게 아쉽다”고 말했다.

장강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