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임직원, 공정위 조사 방해’ 격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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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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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택 실장 불러 강한 질책삼성그룹 블로그 “깊이 반성”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사진)이 지난해 3월 임직원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방해했다는 얘기를 듣고 격노했다. 평소 자신이 강조했던 준법경영 의지가 조직 내부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강한 질책이었다.

삼성그룹 공식 블로그와 트위터에도 이례적으로 ‘공정위 조사방해 사건 깊이 반성합니다’라는 반성의 글이 올라왔다.

21일 삼성에 따르면 16일 미국 하와이에서 귀국해 20일 출근한 이 회장은 공정위 조사 방해와 관련해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불러 강하게 질책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조사 방해 행위와 관련해 이 회장의) 강한 질책이 있었고 (이 회장이) 화를 많이 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21일 삼성 사장단협의회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전하고 “정부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행위는 명백한 잘못”이라며 “그룹은 무엇이 잘못됐는지 철저한 자기반성을 하며 확고한 재발 방지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에 참석한 계열사 사장들과 “왜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느냐.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따져 묻고 토론을 벌였다. 이어 “법과 윤리를 위반하는 임직원은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며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주의를 환기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삼성 임직원들도 내부 정보시스템에 통렬한 자기반성의 글을 잇달아 올렸다. 삼성전자 최모 선임연구원은 “싱글(삼성그룹 인트라넷) 메인에 사장님들이 반성했다는 뉴스가 나온 것도, 직원들이 자기 이름을 노출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도 입사 후 처음”이라고 했다. 삼성테크윈 김모 과장은 “신문기사를 보고 가슴이 답답하고 안타까웠는데 윗분들도 이번 문제가 잘못된 것이라고 속 시원히 얘기해 줘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삼성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계열사 평가에 경영실적 외에 준법경영 실천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유사한 상황에서 무(無)관용 원칙도 강화한다. 삼성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 방해 행위 관련자에 대해 당시 징계가 있었지만 이후 새로운 사실이 더 나타났기 때문에 추가 징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삼성그룹 공식 블로그인 ‘삼성이야기’ 메인 화면에 ‘공정위 조사방해 사건 깊이 반
성합니다’라는 사죄문이 올라 왔다.
21일 삼성그룹 공식 블로그인 ‘삼성이야기’ 메인 화면에 ‘공정위 조사방해 사건 깊이 반 성합니다’라는 사죄문이 올라 왔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경제#공정위#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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