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인천 청라지구서 ‘한국의 산탄데르’ 꿈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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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드림타운 2016년 조성 금융본부 등 이전
김승유 회장 마지막 작품… “글로벌 톱50 도약”

외환은행 인수를 완료한 하나금융지주가 ‘한국의 산탄데르’를 꿈꾸며 본사를 인천 청라지구로 이전한다.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은 시 외곽에 금융도시 ‘산탄데르 시’를 세운 뒤 본사를 이전해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나금융은 21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인천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인천 청라국제도시 하나금융드림타운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국내 금융계에선 최초로 하나금융이 실질적인 금융그룹의 전략 허브를 인천에 구축하는 셈이다.

○ 그룹 임직원 25% 이동


용지면적 약 33만 m²(약 10만 평)로 계획된 ‘하나드림타운’은 이르면 올해 말 착공해 2016년까지 공사를 진행한다. 우선 하나금융 본부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등 연구개발(R&D)센터, 교육연수시설, 정보기술(IT)센터, 데이터센터, 물류센터 등 기반시설들이 2014년까지 입주한다. 2016년 2단계 공사까지 마무리하면 청라지구의 하나금융 상주 인원은 5000∼60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외환은행을 합쳐 2만1000명인 그룹 전체 임직원 중 4분의 1이 이동하는 셈이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 외환은행 하나대투증권 하나SK카드 등 자회사들의 본사까지 청라지구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자회사까지 인천으로 가게 되면 사실상 서울에는 영업점 등 대(對)고객 인력만 남게 된다.

하나금융은 이번 본사 이전으로 그룹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이날 “1970, 80년대가 ‘하나금융 1.0’, 1990년대부터 외환은행 인수까지가 ‘하나금융 2.0’이었다면 본사를 인천으로 옮겨 세계시장으로 도약하는 것은 ‘하나금융 3.0’이라고 부를 수 있다”며 “‘글로벌 톱50 은행’으로 부상하기에 청라지구는 최적의 입지”라고 평가했다. 인구 9만 명을 목표로 2003년부터 조성되고 있는 청라지구는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을 20분, 서울 도심과 여의도도 공항철도를 이용해 30분에 오갈 수 있다.

○ ‘한국판 산탄데르’ 구상

서울 근교에 독자적인 ‘금융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올해 3월 퇴임하는 김 회장의 오래된 꿈 중 하나였다. 이번 본사 이전은 산탄데르 은행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1980년대만 해도 스페인의 중소은행 중 하나였던 산탄데르 은행은 인수합병(M&A)에 성공하고, 위험한 투자 대신 강점인 소매금융에 집중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로존 최대 은행으로 부상했다. 특히 2004년 보유 건물을 매각하고 마드리드 서북쪽에 산탄데르 시를 건설한 뒤 본부를 통째로 이전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김 회장은 2007년 산탄데르 시를 방문한 뒤 큰 감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태 하나은행장도 2008년 은행장 취임을 앞두고 김 회장의 권유로 산탄데르에서 5주간 연수를 받았다. 김 회장은 “우리도 글로벌 뱅킹을 하려면 산탄데르 같은 시설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수년 전부터 해왔다”며 “그동안 입지를 알아보기 위해 경기도 내 여러 곳을 다녔는데 공항 근처만큼 좋은 곳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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