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도공장 안에 거대농장이 있다,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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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印 첸나이 공장 현지취재

현대자동차 인도 공장 안에 있는 ‘현대 농장’의 전경. 분수대 3개와 한국식 정자인 ‘현대정(現代亭)’이 들어서 있다. 첸나이=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현대자동차 인도 공장 안에 있는 ‘현대 농장’의 전경. 분수대 3개와 한국식 정자인 ‘현대정(現代亭)’이 들어서 있다. 첸나이=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9일(현지 시간) 인도 타밀나두 주 첸나이의 현대자동차 1공장 조립라인. 현지 전략 차종인 ‘이온(EON)’과 ‘i10’을 조립하는 근로자들의 손길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강판 압축기계는 굉음을 울리며 빠른 속도로 차틀을 찍어냈다.

공장 한편에서는 라인 증설작업이 한창이었다. 3월부터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생산 판매되는 중형세단 ‘쏘나타’ 조립라인이 들어설 자리다.

현대차 인도공장이 생산을 시작한 것은 1997년. 당시 연간 5만 대 남짓을 만들던 이 공장은 지난해 1, 2공장을 합해 총 61만 대를 생산하면서 중국과 더불어 현대차의 해외 핵심 생산거점으로 떠올랐다. 인근 110여 개국으로 차를 수출하는 현대차의 ‘수출 전진기지’이기도 하다.

지난해 시장 점유율 19.2%(34만2810대)로 인도 시장 2위를 차지한 현대차는 올해 쏘나타와 준중형차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의 현지 생산을 시작하며 새로운 도약을 노린다.

쏘나타에 이어 올 하반기 엘란트라가 현지 시장에 투입되면 현대차는 사실상 인도 시장에서 ‘풀 라인업’을 구축한다. 현대차는 인도에서 지금까지 강점을 보여 온 경·소형차 판매에 주력하는 한편 현지에서 고급차에 속하는 쏘나타 등을 투입해 양극화된 소비자층을 동시에 공략한다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현대차가 인도 시장에서 고속 성장을 한 배경에는 독특한 ‘현지화 전략’이 있었다. 현대차 뉴델리 판매법인이 운영하는 직영점 ‘현대모터플라자’는 뉴델리의 ‘자동차 거리’인 마투라 로드에 있다. 이곳에는 신차 출고 고객을 위한 ‘제사 장소’가 마련돼 있다. 새 차를 사면 향을 피우고, 바퀴로 코코넛을 으깨야 사고가 없다는 현지인들의 풍습에 맞춘 것이다. 10일 이곳에서 만난 다크시나 머티 씨(40)는 ‘플루이딕 베르나’(국내명 엑센트)를 인도받은 뒤 “새 차를 장만하는 것은 일생일대의 이벤트”라며 “현대차 판매점은 의식을 치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놓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현대모터플라자 영업사원 비카스 구프타 씨는 “현대차는 신차 개발부터 마케팅, 매장 운영까지 철저한 현지화를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9일(현지 시간) 인도 타밀나두 주 첸나이의 현대자동차 1공장 생산라인에서 근로자들이 현지 전략차종인 ‘i10’을 조립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9일(현지 시간) 인도 타밀나두 주 첸나이의 현대자동차 1공장 생산라인에서 근로자들이 현지 전략차종인 ‘i10’을 조립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는 공장 안에 농장도 있다. ‘현대 농장(Hyundai Farm)’의 규모는 2만1000m²(약 6500평). 돼지와 염소, 토끼 등 가축 74마리를 키우며 한국에서 종자를 들여와 상추와 부추, 호박도 재배한다. 여기서 얻은 식재료를 공장 내 식당에 공급한다. 이 농장은 2006년 인도 공장을 찾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시해 만들었다. 한국인 임직원 60여 명의 향수병을 달래고 공장의 친환경성도 높이기 위해서다.

공장 관계자는 “현대 농장은 인도 제조업계에서도 큰 화제”라면서 “쾌적한 환경뿐 아니라 공장의 공해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첸나이·뉴델리=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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