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비-판로 걱정 안하고 소키우니 육질도 쑥… 이마트 ‘한우 위탁영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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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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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한우 위탁영농’ 전남 영광군 청보리목장 가보니…

10일 전남 영광군 법성면 청보리 목장. 추위와 눈을 피해 축사로 들어온 한우를 보며 이마트 변상규 바이어(왼쪽)와 유경환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마트가 키우는 비용을 모두 대주고, 농가는 키우기만 하면 되는 위탁영농 실험을 통해 둘 다 이윤은 늘리고 소매가격은 내릴 수 있었다. 이마트 제공
10일 전남 영광군 법성면 청보리 목장. 추위와 눈을 피해 축사로 들어온 한우를 보며 이마트 변상규 바이어(왼쪽)와 유경환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마트가 키우는 비용을 모두 대주고, 농가는 키우기만 하면 되는 위탁영농 실험을 통해 둘 다 이윤은 늘리고 소매가격은 내릴 수 있었다. 이마트 제공
10일 전남 영광군 법성면 청보리 목장. 유경환 대표(55)가 축사 사이를 지나가니 누런 소들이 눈을 껌뻑이며 고개를 내밀었다.

“여기가 ‘이마트동’이에요. 이 소들은 사료비, 전기세, 트랙터 비용에 깔개까지 다 대형마트에서 대줘요. 소만 잘 키우면 돼요.” 유 대표가 가리키는 축사에서는 한우 약 200마리가 볏짚을 씹고 있었다. 이곳 축사에 있는 750마리 가운데 이마트동 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약 30%. 설을 앞두고 이마트 소 120마리를 도축해 수가 다소 줄었다.

유 대표는 지난해부터 이마트가 돈을 주면 마른 소를 사서 잘 키워주는 ‘위탁영농’을 시작했다. 하루 평균 소 키우는 비용을 산정하고, 소를 기르는 기간을 곱해 이마트에 청구하면 된다. 유 대표가 받는 몫은 오로지 소 키우는 값이다. 사료 값의 10% 안팎을 키우는 값으로 받는다.

유 대표는 “30년 동안 소 값이 오르고 내리고, 판로가 있다가 없어졌고, 걱정이 끊이질 않았다”며 “요즘처럼 한우 값이 떨어져도 안정된 수입원이 있으니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그의 손길을 거치면 마른 소도 3∼6개월 뒤엔 튼실한 한우가 된다. 지난해 800마리를 위탁받아 키웠다. 이마트 변상규 바이어는 “시장에서 다 큰 한우를 직접 사는 것보다 8%가량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어릴 적부터 소 전문가였다. 1979년 소 100마리로 일을 시작한 뒤부터 매일 오전 2시면 일어나 우시장에 나가는 게 일상이 됐다.

하지만 1998년 한우파동이 일어났다. 사려는 사람이 없었다. 어쩌다 소 10마리를 외상으로 사겠다는 사람이 있었지만 사기였다. 소 값 2000만 원을 떼였다. 유 대표는 “믿을 수 있는 판로가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인근에서 백화점에 납품한다는 축사를 찾아 노하우를 알려달라고 매달렸다. 차별화를 해야 외상값을 떼일 리 없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납품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2004년에 약 30억 원을 들여 약 19만8300m²(약 6만 평) 터에 소들이 뛰어놀 수 있는 목장을 지었다. 2009년 한우로는 처음으로 농림수산식품부의 ‘친환경 농장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걱정은 여전했다. 큰돈을 들인 목장에 소를 더 늘릴 수 있었지만 위험요소가 컸다. 유 대표는 “소 값은 경험상 8년 주기로 떨어지는데, 곧 떨어질 때가 됐다고 생각해 섣불리 소를 늘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때 위탁영농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마트도 마침 같은 실험을 구상하고 있었다. 결국 있는 시설을 활용해 위탁영농을 하니 목장 매출은 2010년 20억 원에서 지난해 31억 원으로 늘었다. 이마트도 소를 잘 키우기로 소문난 사람에게 맡겨 유통단계를 대폭 줄였다. 한우는 농가-한우 수집상-우시장-중간도매상을 거쳐 도축되지만 위탁영농으로 도축 전 유통단계를 4단계에서 1단계로 대폭 줄일 수 있었던 것. 2010년 등심 100g 값은 7850원대였지만 최근 소 값이 떨어진 추세가 반영돼 지난해 9월부터 580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이마트는 10일 유통단계를 줄이기 위해 지육(도축된 소) 경매에 직접 나서겠다고 밝혔다. 도축된 소(지육)를 가공업체까지 가져오는 과정을 줄여 추가로 한우 판매가격을 7∼10%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영광=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김슬기 인턴기자 숙명여대 경영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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