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선 양복 속에 터질 듯한 근육을 숨긴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이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기자회견장에 들어선다. “왕년에 껌 좀 씹어 본 추성훈.” 자막이 흐른다. 껌 씹는 모습도 강렬하다. 누군가가 외치며 질문한다. “대체 언제까지 씹으실 거예요?” 추성훈이 힐끗 보며 한마디 던진다. “왜, 맛이 그대론데.”
○ 입 냄새 신경 쓰는 남성 겨냥 ‘강한’ 껌
롯데제과가 ‘40분간 씹어도 맛과 향이 그대로’라는 문구를 내세운 껌 ‘아이디 에버라스트’의 TV CF다. 기존 껌 제품들이 20여 분간 씹으면 향이 거의 없어지는 것과 달리 에버라스트는 40분간 씹어도 향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강한 이미지의 남성을 모델로 내세웠다.
롯데제과가 남성을 위한 껌을 내놓은 이유는 남성들이 담배를 피우다 보니 입 냄새가 심하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라도 구강 청결에 신경 쓰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봤기 때문이다. 롯데제과는 “소비자 조사 결과 남성들은 향이 오래가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껌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오래 씹어도 재질이 풀어지지 않고 상쾌한 민트향이 오래 남는 껌을 개발해 출시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아이디 에버라스트는 14개들이 한 팩이 편의점 기준 1200원으로, 기존 아이디 껌과 같은 값에 판매된다. 일반 껌보다 값이 2배 비싸지만 회사 측은 ‘프리미엄 껌’임을 강조하고 있다.
○ ‘피로·숙취 해소’ 키워드로
음료업계에서도 ‘강한 남성상’을 앞세운 제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음료 시장이 지금까지 ‘V라인’ ‘S라인’ 등 여성의 미용과 다이어트에 초점을 맞춘 제품을 주로 출시했다면 최근 주목하는 남성 음료 시장에서는 ‘피로, 숙취 해소’를 키워드로 내세운다.
광동제약은 ‘남성들의 차’로 자리매김한 ‘힘찬 하루 헛개차’의 디자인을 바꿔 거칠고 강한 남성 이미지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포장에 강하고 힘찬 붓글씨의 느낌으로 사내 남(男)자를 넣었다. 포장만 보더라도 남자들을 위한 차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남성을 타깃으로 마케팅한 결과 매출액도 2배 이상 뛰었다. 광동제약은 “전국 5대 도시 16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음용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성의 만족도가 71.4%로 여성의 만족도 58.9%보다 높았다”며 “‘힘찬 하루 헛개차’가 남성 기능성 음료로 인식되면서 새로운 차음료 시장을 형성했다”고 평가했다. 롯데칠성음료도 최근 ‘오늘의 차 아침헛개’를 출시해 헛개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 소비 민감 ‘노무족’ 겨냥 제품 계속 출시
‘남자 커피’를 강조한 ‘조지아 커피’는 포화 상태로 여겨졌던 캔커피 시장에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며 틈새시장을 효과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2008년 조지아 커피 출시 당시 남성 소비자를 겨냥해 240mL의 대용량 제품을 출시하고 패키지 디자인에도 남성들이 좋아하는 검은색과 황금색을 썼다. 한국코카콜라는 “남성들이 주로 일하면서 커피를 마신다는 것에 착안해 직장인 남성을 위한 커피를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조지아커피는 프리미엄 제품인 ‘에메랄드 마운틴 블렌드’에 대해 지난달 초 새로운 CF를 선보이는 등 ‘남자 커피’ 마케팅을 계속하고 있다.
코카콜라의 스포츠음료인 ‘파워에이드’도 스포츠에 열광하는 남성을 타깃으로 출시된 제품이다. 한국코카콜라는 리뉴얼한 파워에이드를 올 초 선보이는 동시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 관람 보내주기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제품 뚜껑 안쪽의 숫자를 가지고 이벤트에 응모한 사람 중 일부를 추첨해 4월에 영국으로 축구 경기를 함께 보러 간다.
이렇게 식음료업계가 남성을 위한 제품을 출시하는 이유는 최근 남성들이 간식거리를 사기 위해 지갑을 여는 횟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껌을 비롯한 과자류를 사는 남성의 비중이 2009년 10월 60.6%에서 2011년 10월 64.4%로 높아졌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남성 타깃 식음료 시장은 ‘블루오션’”이라며 “앞으로도 ‘노무족(No More Uncle·더는 아저씨가 아니다)’을 지향하는 남성을 겨냥한 다양한 제품이 선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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