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변심… IT株 투자 않겠다더니 IBM 지분 5.5% 확보해 2대 주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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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하의 현인’의 투자 원칙도 변한 걸까. 그동안 성공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정보기술(IT)주 투자를 꺼려온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IBM 지분을 대거 사들여 세계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버핏 회장은 14일(현지 시간) CNBC에 출연해 올해 9월 말까지 107억 달러(약 12조 원)를 들여 IBM 주식 6400만 주를 매입해 5.5%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단숨에 IBM의 2대 주주가 된 것이다. 이 같은 투자 결정은 ‘깜짝 뉴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81세인 버핏 회장은 항상 “IT업체들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모르기 때문에 IT주에는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버크셔해서웨이 이사회 구성원이자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깊은 우정을 유지하면서도 IT부문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그 대신 그는 주로 유통주, 제조업 종목에 투자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그가 기존의 투자원칙을 깬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그는 IBM 주식을 산 이유에 대해 “IBM이 2015년까지 중기 로드맵을 구축해 놓은 점이 인상 깊었고 연간 사업보고서를 계속 눈여겨봐왔다”고 말했다. 또 “IBM은 나의 모든 (투자)원칙에 부합하며, 우리가 영원히 소유하고 싶은 그런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투자원칙이 바뀐 것이 아니라 명확한 수익구조와 비전을 보유한 IBM의 변화가 마음을 돌려놓았다는 의미다. 이에 앞서 IBM은 2015년까지 주당 20달러 수준의 순익을 거둘 것이라며 30%의 매출은 신흥 성장시장에서 거두는 한편 인수합병(M&A)에 200억 달러를 사용하겠다는 등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달 주당 190.53달러로 사상 최고치에 이른 IBM 주식을 버핏 회장이 고점에서 사들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버핏 회장은 “투자 과정에서 사상 최고 수준의 주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IBM이 미래에 무엇을 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이 1988년 코카콜라 지분을 인수할 당시에도 대부분은 그의 투자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코카콜라 주가는 그 후 중국과 태평양 지역에서의 성장을 발판으로 10배나 상승했다. 이번 ‘베팅’의 성공 여부도 IBM이 브라질 인도 중국 등 신흥시장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할 수 있을지에 달렸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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