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중국인 입맞 맞춰라” 현지 특화車로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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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스터디: 중국 내 판매 1, 2위 다투는 현대차 ‘엘란트라 웨둥’

DBR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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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란트라 웨둥
엘란트라 웨둥
현대자동차의 중국 내 합작 법인인 베이징현대는 2009년과 2010년 각각 57만여 대, 70만여 대를 현지 생산, 판매해 업계 4위에 올랐다. 이 시기 베이징현대가 내놓은 차량 모델은 총 8가지. 특이한 점은 이 중 단 하나의 모델이 매해 23만 대 이상 팔리며 전체 차량 판매대수의 30∼40%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화제의 차량은 준중형 세단인 ‘엘란트라 웨둥(悅動)’이다. 2006년 현대자동차가 ‘아반떼HD’란 이름으로 국내 시장에 내놓았던 모델을 베이징현대가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환골탈태해 내놓은 개조 차량이다. 엘란트라 웨둥은 현재 중국 내에서 판매되는 250개 승용차 모델 가운데 판매 순위 1, 2위를 다툴 정도로 인기가 높다. 현대자동차 최초의 지역 특화 전략 차종으로 베이징현대의 위상 제고에 크게 공헌한 엘란트라 웨둥의 성공 사례를 DBR 90호(2011년 10월 1일자)에서 집중 분석했다. 핵심 내용을 간추린다.

○ 후발주자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베이징현대

현대자동차는 2002년 10월 중국 현지 기업과 합작으로 베이징현대를 설립하고 그해 12월부터 본격적인 현지 생산에 돌입했다. 1980년대부터 중국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메이커들에 비하면 한참 뒤에 진입한 후발주자였지만 해마다 최신형 모델을 선보이며 무서운 속도로 경쟁사들을 따라잡았다. 이런 노력 덕택에 베이징현대는 차량 판매대수 기준 2003년 업계 12위에서 2005년 4위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2006년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우선 치루이(奇瑞), 지리(吉利), 화천(華晨) 등 저가의 중국 토종 자동차들이 급성장했다. 이들은 글로벌 업체들과의 기술 제휴 등으로 역량을 축적하면서 품질 경쟁력을 높였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그동안 고가 정책을 폈던 GM, 폴크스바겐 등이 차량 가격을 내리며 베이징현대를 압박했다. 말 그대로 베이징현대는 밑에서는 중국 토종 업체들에, 위에서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에 끼어 있는 ‘샌드위치’ 신세가 돼 가고 있었다.

○ 중국 현지인 대상 품평회 및 소비자 성향조사 실시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한 획기적인 신차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베이징현대는 ‘제로베이스’로 돌아가 고객의 니즈를 좀 더 면밀히 파악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2006년 6월 베이징현대 설립 후 최초로 중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고객 품평회를 실시했다. 대상 차종은 2003년 12월 베이징현대가 중국 내 생산, 판매를 시작한 ‘엘란트라(현대자동차 ‘아반떼XD’의 중국 내 통용 브랜드)’의 후속모델인 ‘아반떼HD’였다.

아반떼HD는 현대자동차가 아반떼XD 개발 후 3년여 만에 풀모델 체인지로 내놓은 신차였지만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베이징 광저우 항저우 등 3개 대도시를 돌아가며 품평회를 열었지만 중국 소비자들은 “볼품이 없다” “밋밋하고 투박하다” “너무 작아 보인다”는 등의 혹평을 쏟아냈다. 아반떼HD의 디자인이 중국인들의 ‘대범(大汎)’한 기질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평가였다. 실제 소비자 성향 조사 결과 중국인들은 외부로 보이는 부분에 상당히 민감하고 화려한 디자인을 선호했다. 과시적 성향이 강한 중국인들에게 아반떼HD는 존재감이 없는 차였던 셈이다.

이에 따라 베이징현대는 현대자동차 역사를 통틀어 한 번도 시도한 적이 없는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바로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현지에 특화된 전략 차종을 개발하기로 한 것. 그때까지 현대자동차의 수출 전략은 상품성을 인정받은 차종을 거의 그대로, 혹은 약간의 부품 수정 정도만 거쳐 판매했지, 현지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개조차량을 판매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개조차량 개발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개발 기간이 길어져 자칫 신차 출시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이징현대는 이 정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전세를 역전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해 전략 차종 개발을 밀어붙였다.

○ ‘대범’하지만 경제적인 개조차량 개발

엘란트라 후속 모델인 ‘엘란트라 웨둥’은 전면과 후면 디자인을 대대적으로 변경해 중후하고 다이내믹한 느낌이 나도록 바꿨다. 과거 엘란트라보다 전고는 6cm 높였고 전폭은 5cm 늘렸다. 차체 앞면의 라디에이터그릴 부분과 헤드라이트 부분도 최대한 번쩍번쩍하고 화려하게 만들었다. 자칫 겉만 번드르르해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평을 듣지 않도록 기능 개선에도 힘썼다. 기존 엘란트라와 엔진 출력은 동일하게 유지하되 과거 L당 9.6km였던 연료소비효율을 L당 10.4km 수준으로 8% 개선했다.

원가 경쟁력도 높였다. 예를 들어 카세트플레이어처럼 중국 소비자들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기능은 제거했다. 반면에 중국인들이 중시하는 안전 관련 품목은 기본으로 장착했다. 후방 경보 장치, 선루프, 사이드 에어백 등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고급 옵션들은 선택할 수 있게 했다.

○ 엘란트라와 엘란트라 웨둥 ‘병행 판매’ 감행

베이징현대는 구모델 엘란트라와 신모델 엘란트라 웨둥을 동시에 판매하는 ‘병행 판매’ 전략을 선택했다. 신형이 나오면 구형을 단종시키는 게 업계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2007년 업계 순위가 8위로까지 추락한 베이징현대는 제품 개발은 물론이고 판매 방식에서도 과거와 다른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신형 모델인 엘란트라 웨둥은 유행과 스타일에 민감한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동남부 연안의 대도시(1급)를 주 타깃으로 하고 가격을 10만 위안(당시 약 1700만 원) 선으로 책정했다. 반면에 구형 모델인 엘란트라는 충칭 다롄 난징 칭다오 등 지방 대도시와 중소도시(2, 3급)를 겨냥했고 신형 모델보다 1만 위안이나 저렴한 9만 위안(약 1530만 원)으로 가격을 낮췄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08년 4월 출시된 엘란트라 웨둥은 그해 약 8만5974대가 팔리며 히트 조짐을 보였다. 때마침 2009년 2월 중국 정부가 1600cc 이하 소형차에 대한 구매세(소비세)를 10%에서 5%로 인하하기로 발표했다. 엘란트라 웨둥의 인기는 치솟았고 결국 2009년 한 해 동안 23만9449대를 파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베이징현대가 2007년 한 해 동안 팔았던 전체 차량대수(23만1137대)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신형 엘란트라 웨둥 덕택에 구형 엘란트라도 반사이익을 봤다. 2005년 17만6589대로 정점을 찍은 후 해마다 판매대수가 추락해 2008년 11만7761대까지 실적이 하락했던 엘란트라지만 2009년엔 17만1605대로 전성기 실적을 회복했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 교수 profkim@snu.ac.kr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90호(2011년 10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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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부동산 포트폴리오 전략


부동산은 제조업이건 서비스업이건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만일 보유 부동산을 비효율적으로 운영하거나 적기에 자산 재평가를 하지 않으면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주가도 저평가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인이 주택을 마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본사 및 영업용 건물 등 사용 목적이 분명한 부동산을 보유할 때도 본연의 사용목적 이외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기업 경영진이 축적하고 있어야 할 부동산 자산의 관리 및 운용 전략을 제시한다.

엉뚱한 M&A 피하려면…

▼ Harvard Business Review


기업 성과 개선, 혹은 장기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최고경영자(CEO)에게 인수합병(M&A)은 매우 매력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M&A가 실패하는 비율은 70∼90%에 이른다고 한다. 경영자가 M&A의 전략 목표에 부합하는 피인수 후보를 제대로 골라내지 못하고 현재의 운영 현황을 개선하기 위한 M&A와 자사의 성장 목표를 현저하게 변화시킬 M&A를 구분하지 못하는 탓이다. 그 결과 너무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잘못된 방식으로 기업을 인수하게 된다. 경영자들에게 피인수 대상 기업을 잘 고르고 적정한 가격을 책정하며 바람직한 통합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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