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질린 개미들 ‘묻지마 투매’… 코스닥 190개 종목 하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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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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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겠다, 불안하다.’

26일 국내 주식시장은 불신과 공포에 짓눌린 개인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서면서 사실상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 등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자 겁에 질린 개인투자자들이 매물을 쏟아낸 탓이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거래 비중이 90%를 웃도는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장 직후 1시간 남짓 만에 코스닥지수가 장중 9.5%나 수직 낙하해 그야말로 ‘공포의 도가니’를 연출했다. 투자심리가 최악의 상태로 추락한 코스닥시장은 작은 악재에도 ‘묻지 마 매도’가 쏟아져 2009년 3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400 선 붕괴를 눈앞에 두게 됐다.

○ 전문가조차 ‘어떻게 될지 모른다’

부산에서 중고차매매업을 하는 윤모 씨(42)는 지난 10년 동안 모은 1억4000만 원을 올해 3월 코스닥 기업 5곳에 나눠 투자했다. 26일 코스닥지수가 곤두박질하면서 윤 씨의 주식 가치는 반 토막 이하로 주저앉았다. 그는 “불쌍한 개미들이 털리는 동안 정부는 뭐 하고 있느냐”며 화살을 정부에 겨눴다. 정부가 뭘 어떻게 도와줘야 하느냐는 질문에 윤 씨는 “그건 잘 모르겠다”면서도 “혹시 투자한 기업이 상장 폐지될까 봐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36.96포인트(8.28%) 급락한 409.55로 마감했다. 개장 직후 1.58%까지 상승했으나 불과 1시간 20분 만에 ―7.91%로 급반전했다. 코스닥시장의 이날 개인투자자 거래 비중은 95%로, 공포에 짓눌려 앞다퉈 보유 주식을 내던지면서 스스로 피해를 자초한 셈이 됐다. CJ E&M, 아이씨디, 성광벤드 등 개인들이 선호했던 코스닥 종목들이 10% 이상 폭락하는 등 190개 종목이 일제히 하한가로 추락했다. 반면 이달 들어 기관들의 매수세가 많았던 다음, 네오위즈게임즈 등은 5% 안팎 하락에 그쳤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시장은 개인의 비중이 워낙 높아 투매가 나타났을 때 아무도 사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공포가 지배하는 코스닥시장에서 누군가 방아쇠를 당기면(투매에 나서면) 시장 전체가 주저앉는 구조라는 얘기다.

코스닥시장 투자자들은 유럽 재정위기 등이 촉발한 글로벌 경기침체가 코스닥 기업들의 생존을 위협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신용위기 여파로 은행이 대출 회수에 나설 경우 버텨낼 중소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기들은 환율 변동에도 대응력이 떨어져 환차손 피해가 불가피하다. 코스닥 투자자 김모 씨는 “대기업도 실적이 뚝뚝 떨어지는 상황에서 (투자한)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시장의 공포는 기업의 가치 하락을 고민하는 단계를 지났다”며 “투자자들이 일부 코스닥 기업에 대해 생존을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살얼음판을 걷기는 코스피도 마찬가지여서 개장 직후인 26일 오전 9시 20분부터 1시간 만에 77.9포인트가 급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스피시장의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 한국 대표 기업들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거나 되레 올라 증시의 양극화를 드러냈다.

○ 해외 공조가 아니라 기업 실적에 주목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기부양책 발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경기대책 발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연차총회…. 일주일 간격으로 쏟아진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책들이다. 여기에다 10월 3일 그리스에 대한 80억 유로 구제금융 결정, 내달 중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 논의 등 각국의 정책 공조 일정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지금까지 주가는 국제 공조방안들이 나오기 직전 반짝 상승을 나타냈다가 정작 대책이 나오면 실망감에 하락하는 형태를 보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벤트가 아니라 본질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경기 둔화 여부를 직접 보여줄 기업 실적에 주목하라는 권고다.

조성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심리적 요인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므로 예측 자체도 어렵다”며 “기업 실적이나 전체 경기가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줄 때까지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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