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베팅’ 이번에도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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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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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하이닉스 인수땐 재계 10위로 4단계 ‘껑충’

재계 순위 20대 기업 총수 중 유일한 ‘창업주 총수’이자 ‘인수합병(M&A)의 귀재’로 불리는 강덕수 STX그룹 회장(61·사진)이 또 한 번의 승부수를 던졌다.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다.

공격적인 M&A로 STX를 창업 10년 만에 재계 14위(2010년 기준, 공기업 제외)로 키워낸 강 회장의 승부수가 이번에도 통할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STX가 하이닉스 인수에 성공하면 STX는 자산 총액 33조 원으로 단숨에 재계 순위 10위로 뛰어오른다.

○ M&A 신화, 이번에도?


샐러리맨 출신인 강 회장은 2000년 본인이 몸담았던 쌍용중공업의 지분을 인수했다. 이어 2001년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 2002년 산단에너지(현 STX에너지), 2004년 범양상선(현 STX팬오션)을 연이어 인수하며 그룹의 몸집을 불렸다.

강 회장은 조선·해양 분야의 수직 계열화라는 목표 아래 꼭 필요한 회사라고 판단하면 망설임 없이 베팅했다. 범양상선 인수 당시 경쟁회사들은 주당 1만 원대의 가격을 써낼 때 STX는 2만2000원을 제시했다. 당시에는 “무리한 인수 가격”이라는 부정적인 평이 많았지만 범양상선을 모태로 한 STX팬오션은 그룹 도약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2008년 아커야즈(현 STX유럽) 인수 이후 굵직한 M&A를 자제하고 그룹의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던 강 회장은 다시 한 번 M&A 시장에 뛰어들었다. 자산 13조 원, 매출 12조 원의 하이닉스는 STX가 인수에 나섰던 기업 가운데 가장 크다.

사실 STX는 2009년 하이닉스 1차 매각 공고 당시에도 하이닉스 인수를 검토했다. 그러나 자금 조달 방법 등의 문제로 인수의향서(LOI)도 제출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중동 국부펀드와 손잡고 인수전 참여를 결정했다. STX 관계자는 “한 달 전쯤 강 회장이 최종 (인수전 참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주채권은행과도 협의했고, 인수 자금 조달 방법도 대부분 마무리지었다”고 말했다.

○ 사업다각화가 가장 큰 목적



STX가 하이닉스 인수에 나선 것은 사업다각화라는 목표 때문이다. 이종철 부회장은 “그룹 전체 매출에서 조선·해양 분야의 비중이 90%에 육박해 이를 낮춰야겠다고 판단했다”며 “시너지 효과보다는 사업다각화 목표가 더 크다”고 했다.

또 STX는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이 부정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하이닉스 인수는 지금까지의 M&A와 다르게 접근할 계획이다. 실제로 7일 STX그룹 계열사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무리한 가격에 구입하지 않고, 100% 무차입으로 인수하겠다”고 말했다. 강 회장 역시 “가격을 불문하고 사겠다는 게 아니고, 몇 가지 조건이 맞으면 (우리 회사에) 좋은 기회다”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STX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계열사 매각도 추진할 예정이다. STX는 “보유하고 있는 걸 다 움켜쥐고 하이닉스까지 얻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룹의 현금성 자산 및 우량 자산 일부를 매각해 인수 대금으로 충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쟁사가 나타나면 이 같은 STX의 전략이 일부 수정될 수도 있다. 재계에서는 6일 “하이닉스 인수와 관련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공시한 SK그룹도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이닉스 인수의향서 제출은 8일 마감된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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