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레스토랑-특급호텔도 “와인 박리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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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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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에서 와인을 마시면 식사비용보다 와인 값이 더 나오는 경우가 많다. 와인 소매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비교적 싼값에 와인을 살 수 있지만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마시는 와인은 비싸다. 최근 와인 박리다매에 나서는 유명 레스토랑과 특급 호텔이 늘면서 근사한 곳에서 싼값에 와인을 즐길 수 있게 됐다.

○ 레스토랑 와인 가격 파괴


서울 용산구 이태원 프렌치 레스토랑 ‘마카로니 마켓’은 지난달부터 1001가지 와인을 평균 30∼50% 싼 가격에 팔고 있다. 국내 와인 바의 효시격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 ‘베라짜노’도 16일부터 와인 값을 내릴 예정이다. 와인 소매 매장과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는 청담동 ‘오름’도 그동안 레스토랑에서 파는 와인을 매장에서 파는 와인보다 비싸게 팔았지만 최근 레스토랑 와인 가격을 매장 가격으로 맞췄다.

레스토랑들이 이처럼 와인 값을 낮추는 것은 2003년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타던 와인 시장이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침체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2008년 1억6700만 달러(약 1800억 원)에 달하던 와인 수입 규모는 지난해 1억1300만 달러(약 1220억 원)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서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중심으로 각종 와인 행사를 진행하며 시장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와인박람회’를 열어 2000여 종의 와인 23만 병을 최대 80% 할인된 가격에 팔았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달 ‘와인장터’를 열어 역대 최대 물량(1200종 22만 병)을 풀었다. 이마트도 12일부터 15일까지 1000여 종의 와인을 할인 판매했다.

레스토랑의 가격 할인 역시 이런 움직임에 발맞춘 행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유명 레스토랑만이 아니다. 특급 호텔도 와인 가격 인하 바람에 동참하고 있다.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의 레스토랑 ‘아리아’는 3월부터 와인가격을 ‘테이크아웃 가격’으로 팔고 있다. ‘테이크아웃 가격’은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마실 때보다 통상 절반 정도 싸다. 이 호텔 ‘베키아 누보’도 와인 가격을 내릴 예정이다.

○ 와인 값 싸자 매출도 늘어


레스토랑의 와인값 인하는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마카로니 마켓은 와인 값을 내린 지난달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레오 강 마카로니 마켓 오너 셰프는 “고객들이 식사를 할 때 와인을 곁들이고 싶어도 와인 값이 식사 값보다 더 나온다고 생각해 주문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와인 값을 낮춰 와인 마진을 줄이면 손해일 것 같지만 오히려 손님도 많아져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와인 값이 싸지자 손님이 늘고 그냥 식사를 하러 온 손님들도 와인을 주문하면서 매출이 늘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레스토랑의 와인 값 낮추기가 와인시장 저변 확대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와인 매장과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와인나라 이철형 사장은 “소매점에서 3만 원대인 ‘키안티 와인’을 레스토랑에서 마시려면 6만∼7만 원 나왔다”며 “과거에는 소매 매장에서의 가격파괴를 중심으로 와인문화가 확산됐다면 앞으로는 업소에서의 가격파괴를 중심으로 와인문화 확산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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