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출신 ‘감사行’ 차단 이후 금융회사 26곳 ‘후임자 찾기’ 어떻게…

  • Array
  • 입력 2011년 5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교체 3곳-유임 6곳… 17곳은 결정 못해

금융감독원 퇴직간부가 금융회사 감사로 내려가는 ‘낙하산 관행’이 차단됨에 따라 금융회사들이 감사 찾기에 비상이 걸렸다. 금감원 출신이 후보군에서 배제된 뒤 마땅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상근감사 자리가 ‘무주공산’이 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경제부가 올해 상근감사 임기가 끝나는 증권사 17곳과 보험사 9곳 등 26개 금융회사를 조사한 결과, 현재 금감원 출신 감사를 교체하기로 결정한 곳은 3곳에 불과했다. 17곳은 아직 차기 감사와 관련해 별다른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3월 결산법인으로 5, 6월 주총이 몰려 있는 증권 보험사 중에서는 감사 후보자를 구하지 못해 주총을 연기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대신증권은 금감원 국장 출신인 윤석남 감사위원 후보가 사임함에 따라 9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김경식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 상무를 새 후보자로 변경했다. 애플투자증권은 비금감원 출신 인사를 내정하고 18일 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이번 기회에 상근감사도 비상근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금감원 국장 출신인 백수현 감사위원의 임기가 1년 이상 남았지만 18일까지 새 감사를 공모하고 있다.

대부분의 금융회사는 후임자 선임을 놓고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입장을 정하지 못한 17곳 가운데 현 감사가 금감원 출신인 회사가 10곳이나 된다. 금감원 출신 감사가 재직 중인 동부증권 관계자는 “감사 교체를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 ‘낙하산 감사’ 논란이 터지면서 급히 논의를 하고 있다”며 “이번 주 내로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큰일”이라고 말했다. 역시 금감원 출신 감사를 두고 있는 NH증권 관계자도 “상황을 지켜보며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며 “주주총회를 당초 27일에서 다음 달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래저래 결정을 못하고 있는 금융회사들은 금융당국과 국민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를 감안할 때 재직 중인 금감원 출신 감사를 교체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금융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금감원 출신의 소순배 감사가 재임하고 있는 신한생명 관계자는 “유임은 힘들 뿐 아니라 다음 감사로도 금감원 출신은 힘들지 않겠느냐”고 털어놨다.

비(非)금감원 출신 감사가 재직하고 있는 금융회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당장 논란에서 벗어난 데다 적임자를 찾기도 어려워 현 감사를 유임할 방침이다. 한은 출신이 상근감사로 재직 중인 미래에셋생명, 내부 출신이 상근감사를 맡고 있는 푸르덴셜생명, STX팬오션 고문 출신이 감사로 있는 그린손해보험 등은 “현 감사의 유임이 유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현대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금감원 출신 감사를 재선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업무 능력을 보고 감사를 정했는데 낙하산 인사로 보기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신영증권은 “금감원 출신인 김종철 감사를 재선임해 27일 주총에 안건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도 “금감원 출신인 김석진 감사가 연임할 것”이라며 “김남구 부회장이 직접 뉴욕에서 스카우트해올 정도로 공을 들였고 지금껏 잘해 왔기 때문에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사 선임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최종안이 나오기까지는 감사직 영입을 둘러싼 금융회사들의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며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는 인력풀이 넓지 않아 쉽지 않은 문제”라고 밝혔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