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36세에 임원된 비결은 팀플레이…한국 과감한 디스플레이 투자 인상적”

  • 동아일보

HP본사 유일한 한국계 임원 김준 부사장

HP 미국 본사에서 유일한 한국계 임원인 김준 부사장. 그는 “팀플레이가 조직이 성공하는 비결”이라고 했다. 사진 제공 LG디스플레이
HP 미국 본사에서 유일한 한국계 임원인 김준 부사장. 그는 “팀플레이가 조직이 성공하는 비결”이라고 했다. 사진 제공 LG디스플레이
“나만 잘하려는 게 아니라 ‘팀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LG디스플레이 본사를 업무차 방문한 HP 김준 부사장(40)은 동양계 출신이라는 한계를 딛고 세계적인 기업 HP의 고위 임원에 오른 비결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HP 미국 본사에서 유일한 한국계 임원이다. 서울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주립대를 졸업한 뒤 HP에서 17년간 일했다. 이례적으로 36세에 임원이 된 뒤 현재 HP 모니터사업부에서 연구개발(R&D)과 제조, 마케팅, 구매 등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팀플레이를 중시하는 자신의 업무 스타일과 관련해 스토리지(저장장치) 연구팀에서 관리직을 처음 맡았을 당시의 경험을 소개했다. 당시 김 부사장이 맡았던 팀은 실적은 최악인데 고집만 센 일종의 ‘문제아’ 집합소였다. 그는 워크숍부터 열어 직원들의 불만과 의견을 끊임없이 들어주는 동시에 이들을 설득해 팀원들이 당장 집중해야 할 강력한 업무목표를 정했다. 그는 “대부분의 직원은 일을 잘하려는 마음이 있다”면서 “다만 그들에게 주어진 업무가 뚜렷하지 않거나 프로세스가 잘못돼 있을 때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그의 팀은 1년 만에 전 직원이 보너스를 받을 정도로 높은 성과를 거둔 조직으로 탈바꿈했다. 김 부사장은 직원들의 경험과 지식이 단순한 데이터로 머물지 않고 회사의 전략적 판단 혹은 통찰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을 이끌고 있는 한국 기업에 대한 의견을 묻자 김 부사장은 “오너 경영의 특성답게 장기적 시각으로 과감한 투자를 해 온 것이 인상적”이라며 “시장의 변화에 대한 한국 기업의 전망 능력도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전자기기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적합한 새로운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도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을 강력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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