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선주협회에는 최근 2, 3년 사이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발생했다. 협회 산하에 구성된 각종 협의회에 포함시켜 달라는 신생 해운업체들의 요구가 늘어난 것.
2일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2000년에 33개에 불과하던 해운업체가 10년 동안 193개까지 늘어났다. 특히 2007년 말 129개였던 해운업체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64개가 새로 생겨 폭발적인 증가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협회는 지난달 30일 “현재 협회 가입 심사 중인 업체까지 포함해 회원사는 총 193개”라며 “회원사가 10년 만에 6배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2005년까지만 하더라도 배 한두 척으로 영업하는 해운업체는 대여섯 곳에 불과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해운업체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배 한두 척으로 영업하는 회사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해운업체가 늘어나다 보니 한국이 보유한 선박 수와 선박의 총 화물적재중량톤수(DWT)도 크게 증가했다. 1991년 기준으로 한국은 선박 627척을 보유하고 1777만 DWT를 확보해 전 세계 9위를 기록했다. 18년이 지난 2009년 1월에는 1083척 보유에 3801만 DWT로 두 계단 상승했고, 올해 1월에는 1121척 보유에 4436만 DWT로 세계 5위에 올랐다. 1위는 3120척의 배를 보유하고 1억8754만 DWT를 확보하고 있는 그리스가 차지했으며, 2위는 일본으로 3668척 보유에 1억8319만 DWT였다. 3위는 독일, 4위는 중국이었다.
해운업체가 이처럼 급격하게 증가한 이유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배 값이 종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17만 DWT 새 선박의 경우 2008년 9500만 달러 수준이던 것이 올해 1월에는 5600만 달러로까지 떨어졌다. 해운업체들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등록기준을 완화한 것도 이유다. 1999년 이전에는 해운업체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자본금 10억 원이 필요했지만 5억 원으로 낮아졌다.
해운업체의 폭발적 증가에 대해 협회의 우려가 적지 않다. 쉽게 설립됐다가 쉽게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져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올해 1월부터는 등록기준을 다시 강화해 자본금을 10억 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등록기준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해운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진 선박 금융 전문기관을 설립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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