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50년 잔치’ 끝나나]“등락 거듭하며 완만하락… 폭락사태는 없을것”

동아일보 입력 2010-09-18 03:00수정 2010-09-1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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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년 동안 흔들림 없이 계속돼온 ‘부동산 불패 신화’에 거대한 균열이 생기고 있다.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가 이제 국내 부동산시장이 추세적인 하락기로 들어섰다고 인정하고 있다. 현재의 거래 실종과 집값 하락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주택가격은 1980년대 중반 이후 2.4배 올랐다. 상승 추세 속에서도 여러 차례 폭등과 하락을 반복했지만 ‘결국엔 다시 오를 것’이라는 믿음은 늘 승리했다. 내 집 보유의 강한 열망이 낳은 탄탄한 수요가 이 믿음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본보 설문에 응답한 전문가들은 가격 상승을 이끌어온 구조가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
○ 일시적 하락 아닌 추세적 하락

국내 부동산 시장은 경제성장과 인구증가에 힘입어 몇 차례 폭등했다. 1960년대 말 서울 강남 개발로 들썩인 부동산 가격은 1978년, 1989∼1990년에도 급등하며 나라를 투기열풍 속으로 몰아넣었다. 1997년 외환위기로 폭락했지만 곧 회복해 2000년대의 상승세로 이어졌다. 공급이 늘고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 내리다가도 공급이 줄어들면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이처럼 부동산은 ‘불패’였기에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려고 했다.

대세 하락을 예상한 전문가들은 700만 명이 넘는 1차 베이비붐 세대(47∼55세)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은퇴하는 점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80%에 이르는 이 세대가 은퇴와 함께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내놓으면서 집값 하락을 촉발한다는 것.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수요심리의 위축과 베이비붐 세대의 퇴장에 소유보다 거주 자체에 만족하는 성향이 맞물리면서 과거와 같은 수요 급증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구나 베이비붐 세대가 내놓은 주택을 떠안을 여력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인구는 2018년 4934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서고 주요 주택구매연령계층(35∼55세) 역시 2016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일본 영국 등에서도 부동산 수요의 핵심인 40∼44세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시기와 주택가격 급락 시점이 일치했다. 정순오 한남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는 “이제 상승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투기계층이 바닥났다”며 “전반적으로 주택 공급과 재고는 늘어나는 대신 수요는 정체 내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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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속적인 대세 하락세를 말하는 것은 이르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용희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팀장은 “현재는 물량부담과 투자심리 악화로 전체적인 거래가 위축돼 있지만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공급부족으로 또 다른 상승세를 유발할 것”이라며 “1, 2인 가구 급증 및 가구의 점유면적 증가로 인구 감소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 폭락은 없다…도심 회귀 나타날 것

대세 하락으로 한국도 일본과 같은 집값 폭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일본은 1989년부터 가격 하락이 시작돼 한때 집값이 고점의 4분의 1 수준까지 주저앉는 등 20년 장기불황을 겪었다. 한국의 주택가격 역시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거품 붕괴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산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12.64로 미국 뉴욕(7.22)이나 샌프란시스코(9.09)보다 높다. 거품 붕괴 직전인 1990년 일본 수도권(9.78)도 넘어선다.

하지만 설문에 답한 전문가들은 집값이 폭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평균 하락폭은 10% 정도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도심 재개발 사업으로 2010년대 중반까지 계속 주택이 없어지면서 수요가 지속되기 때문에 인구나 가구 증가율 둔화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성장이 급락을 방어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1인당 주거면적, 입지조건 등 주택의 질적 소비수준은 앞으로도 소득 증가와 함께 꾸준히 높아지기 때문에 가격이 급격히 폭락할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또 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 하락하더라도 지역별로 양상은 다를 것으로 예상했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 도심을 중심으로 거리가 멀어질수록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겹쳐 베드타운형 신도시가 급속히 위축되고 도심회귀현상이 발생했던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병주 한남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는 “한국도 도심 근무지에서 주거가 있는 신도시 사이의 통행시간 증가와 기름값 급등으로 신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먼저 떨어지고 서울시내는 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특히 2기 신도시는 서울 도심에서 너무 멀어 인근에 주택수요를 유발하는 산업이나 도심 접근을 위한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본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의견도 많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이사는 “신도시 가격 폭락은 도심회귀현상보다는 신도시 및 주변 지역의 공급량 집중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도심의 주택가격이 아직은 신도시보다 높은 수준이고 신도시도 주거환경이 서울보다 더 쾌적한 곳이 많아 회귀현상이 쉽게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이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8·29대책 영향 있을까 “DTI완화, 연말 - 내년돼야 효과” 60% ▼

부동산 전문가들은 8·29 부동산대책의 효과를 묻는 질문에 당장은 크지 않지만 수요자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함으로써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8·29대책의 효과를 묻는 질문에 10명 중 7명이 넘는 전문가가 ‘약간 있다’(70.5%) 또는 ‘상당히 있다’(3.9%)라고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없다’고 답한 전문가는 19.6%였다.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는 응답자는 없었다. 또 효과가 있다고 답한 전문가들의 60.5%가 그 이유로 ‘심리적 요인’을 꼽아 8·29대책이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거래 심리를 녹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했다.

대책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올해 말(41.1%) △내년 이후(19.6%) △올 추석 이후(11.7%) △2∼3년 뒤(9.8%) 순으로 답해 위축된 심리가 이완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시장의 구매력 위축, 경제 불확실성, 금리 인상 우려 같은 요인 때문에 바로 거래활성화로 연결되기 어렵다”면서도 “거래의 큰 걸림돌이 제거된 만큼 심리적 안정감이 작용해 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8·29대책에 포함된 총부채상환비율(DTI) 한시 폐지의 효과를 묻는 질문에는 △약간 있다(64.7%) △거의 없다(19.6%) △보통이다 △꽤 있다(이상 5.8%) 순으로 답해 DTI 미적용의 효과에 상당한 기대를 보였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계속 상승하던 집값이 2006년 DTI 규제로 가라앉았고 지난해에도 DTI 규제가 없었다면 올랐을 가능성이 컸다”며 “8·29대책이 연말부터는 거래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봤다.

한편 전문가들은 내년 서울지역 집값에 대해 △오른다(45.4%) △보합세(35.2%) △내린다(15.6%) 등으로 답했으며 상승률은 △2∼3%(42.3%) △4∼5%(34.6%) △5% 초과(11.5%) △0∼1%(11.5%) 순으로 답했다. 반면 수도권은 △내린다 △보합세(이상 37.2%) △오른다(13.7%) 순으로 응답했다. 이영진 이사는 “수도권은 아파트 미분양과 입주율 저하처럼 올해 빚어진 현상이 내년까지 이어지고 올해 말과 내년 초 예정된 보금자리주택 공급으로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설문에 참여해주신 전문가 (가나다순)

△강민석 메리츠종금증권 부동산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강병주 한남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 △강우원 세종사이버대 부동산자산경영학과 교수 △고종완 부동산컨설팅 Re멤버스 대표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갑태 한국주택금융공사 경영학박사 △김상로 산은경제연구소장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본부장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 △김연화 기업은행 부동산팀장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대표 △김용희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팀장 △김제국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 △김종택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 상무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김환열 GS건설 주택기획담당 상무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 △노태욱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대표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 △배지환 대림산업 건축사업본부 상무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 △성장환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 실장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송명규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심우근 대우건설 주택사업본부 상무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부동산PB팀장 △오동훈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윤환진 신영증권 WM파트 부동산컨설턴트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 △이영진 닥터아파트 이사 △이영호 SK건설 건축기획실 상무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 △이종현 인천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임성환 동양종금증권 강남역지점 차장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봉주 하나은행 부동산팀장 △정순오 한남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 △지규현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 △진미윤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최윤호 대한건설협회 전무


가계부채 700조원 넘는데, 또 부채로 부동산 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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