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가에서 자주 화제에 오르는 것은 단연 랩어카운트의 인기다. 랩어카운트란 ‘싸다’는 뜻의 랩(Wrap)과 ‘계좌’라는 의미의 ‘어카운트(Account)’를 합친 말로 고객이 자산을 맡기면 고객 성향이나 경제 흐름에 맞게 주식 펀드 채권 등에 투자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맞춤형 금융상품을 말한다.
일반 투자자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반적인 공모 주식형 펀드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공모 주식형펀드는 한 종목에 10% 이상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랩어카운트는 종목별 편입비율 제한이 없다.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니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부담 없이 적립식으로 가입할 수 있는 펀드와 달리 랩어카운트는 수천만 원에서 억 원대의 가입금액이 필요한 점도 차이점이다. 일종의 진입 장벽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공모펀드의 수익률이 시원치 않고 펀드 운용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소위 맞춤형을 내세우는 투자자문사의 자문형 랩 상품으로 꾸준히 발길을 옮기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랩어카운트 계약자산 규모는 작년 3월 13조3000억 원에서 올해 5월 27조6000억 원으로 2배 이상으로 커졌다.
자문형 랩 상품 열풍은 소위 자문사 선호종목들을 뜻하는 신조어 ‘7공주’ ‘4대천황’ ‘7공자’ 등이 만들어져 시장을 풍미하는 데서도 짐작해볼 수 있다. 자문형 랩의 성장과 함께 빠른 속도로 덩치를 키우고 있는 투자자문사들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의 자산운용사들도 랩 자문팀을 꾸렸다. 이르면 11월부터 은행에서도 랩 상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자문형 랩의 인기에 편승한 금융권의 영업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문형 랩이 인기를 얻으며 투자자문사 시장이 성장하는 것을 일종의 투자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맞춤형 금융상품을 원하는 고급 투자자들이 일반 공모펀드 투자자들과 서서히 분화를 이뤄나가는 단계라는 것.
우재룡 동양종금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장은 최근 투자자문사들의 비약적인 성장에 대해 “원래 그 정도 역할을 해줬어야 하는데 이제야 이뤄지고 있는 단계”라고 평가한다. 물론 이런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김지영 연구원은 “일반 투자자들이 자문사 선호종목을 무작정 따라가기 시작하면 국내 주식시장의 간접투자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덮어놓고 유행하는 금융상품을 따라가는 쏠림현상이 자문형 랩의 빠른 성장에서 감지된다는 점도 문제다. 그 피해는 결국 투자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에 대한 고민이나 분산투자에 대한 고려 없이 이뤄진 ‘묻지마 투자’의 결과는 2007년 펀드 붐이 꺼지면서 나타난 부작용들이 이미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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