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월 9건 모두 브라질-인도 등 개도국서 제기
글로벌위기 이후 급증세… 업계 “정부 대책 절실”
브라질은 이달 초 한국산 스티렌부타디엔고무(SBR)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SBR는 합성고무의 일종으로 금호석유화학, LG화학 등이 연간 300억 원 규모로 브라질에 수출하고 있다. 인도는 지난해 2월부터 한국, 미국, 대만산 폴리프로필렌(PP) 반덤핑 조사를 하고 있다. 호남석유화학, 효성 등 국내 8개 회사가 인도에 연간 1260억 원 상당의 PP를 수출하고 있다.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6월 한국이 ‘니트파일(편물의 일종)’에 대해 27.99%의 덤핑 마진을 얻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 개도국발 무역규제 봇물
개도국발 무역규제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 인도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터키, 파키스탄 등의 반덤핑 제소,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가 증가하는 추세다. 1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전체 무역규제 중 개도국에서 제기한 비중은 2000년 61.3%에서 지난해 88.9%로 증가했다. 올 들어 4월까지 새로 제기된 무역규제 9건(반덤핑 조사 3건, 세이프가드 6건)은 모두 개도국에서 비롯됐다. 수입규제가 개도국에서 집중되는 점에 비춰 사실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셈이다.
무역 전문가들은 미국 등 선진국의 수입규제가 주를 이루던 1980, 90년대나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무역규제를 ‘남발하던’ 2000년대 초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고 분석한다.
배태홍 무역협회 국제협력실 부장은 “개도국의 경제력이 향상되면서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해 수입규제 조치를 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우리나라만 타깃은 아니고 전 세계 국가들, 특히 중국이 주요 타깃”이라고 설명했다. WTO에 따르면 2008년 10월∼2009년 9월 1년간 새로 시작된 반덤핑 조사 가운데 80%는 개도국에서 제기한 것이다.
특히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는 동안 수입규제가 더 확대된 것으로 파악됐다. 복덕규 KOTRA 아시아·대양주팀 차장은 “인도네시아의 경우 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품질인증제도 강화 등으로 비관세 장벽을 높이려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 소나기식 물량 공세 피해야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개도국의 수입규제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우리나라 역시 수출국을 다변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적절한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화학, 철강, 섬유 등 개도국 규제가 심한 산업은 어느 한 국가에 수출 물량이 몰리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김진한 포스코 수출기획그룹 팀장은 “인도 철강업계가 2008년 중국, 한국, 일본, 우크라이나 등 15개국이 생산한 열연제품을 반덤핑 혐의로 제소했다가 2009년 8월 철회한 일이 있는데, 반덤핑 혐의의 주요 원인이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였다”며 “우리가 중국과 한데 묶여 동반 규제를 당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고 말했다.
수입규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진한 포스코 팀장은 “선진국에서 제소할 경우 해명 자료만 충실히 준비하면 되지만, 개도국은 제소업체와 해당국 정부가 밀착해 수입규제를 하려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업계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고 정부 관계자가 불합리한 점을 직접 설명하는 등 측면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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