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땐 32개 기업은 경협보험금 ‘0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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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보험가입 안했거나 일시 체납으로 계약 자동해지
해지후 1년간은 재가입 못해…일각 “융통성 있는 적용 필요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남북 경협보험에 가입했더라도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하는 기업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남북경색과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보험료를 일시 체납한 때문이다. 일단 체납하면 자동해지가 돼 향후 1년간 경협보험 재가입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정부가 기업 사정을 감안해 경협보험 규정을 융통성 있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의류업체 A사 대표는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공단 폐쇄 여부와 관련한 소식이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입주 직후 경협보험에 가입했지만 한 달가량 보험료를 체납하면서 계약이 해지된 때문이다. 그는 작년 2월 개성공단에 75억 원을 투자해 공장을 준공했다. 입주 직후 경협보험에 들어 작년 9월까지 석 달에 한 번씩 보험료 450만 원을 한국수출입은행에 냈다.

하지만 투자계획에 없던 하수처리 시설을 지으면서 추가비용이 발생한 데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와 남북관계 경색으로 은행 대출이 막히면서 보험료를 한 달간 체납했다. 더구나 지난해 북측의 통행차단 조치로 바이어까지 이탈해 자금사정은 더 악화됐다.

작년 말부터 가까스로 수익이 나기 시작하면서 A사 대표는 밀린 보험료를 모두 갚으려고 했지만 수출입은행은 체납에 따른 자동해지로 향후 1년간 경협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현행 ‘경제협력사업보험 취급기준’은 20영업일(약 한 달) 동안 보험료를 체납하면 자동으로 보험계약을 취소하고, 향후 1년간 재가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경협보험의 1년 가입유예는 입주기업들에 상당한 경영불안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한 신용보증기관은 A사에 경협보험 재가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A사 대표는 “민간보험의 경우 체납액을 모두 갚으면 즉시 보험계약의 효력이 유지된다”며 “공공보험의 특수성은 이해하지만 공단 폐쇄 가능성이 높은 시점에서 현행 규정은 기업에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개성공단에 입주한 121개 기업 가운데 경협보험에 가입한 곳은 89개이고, 나머지 32개 기업은 아예 처음부터 가입하지 않았거나 A사처럼 체납으로 계약이 자동해지된 곳들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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