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새 영업모델 찾아라” 부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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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풍선 만들어 병원 돕고… 女사원 더 뽑고… 의사 설득 PT대회 열고…

리베이트 쌍벌제 이후 병원 상대 마케팅 강화

정부가 제약업계의 오랜 관행이었던 리베이트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면서 제약업계가 새로운 영업 방식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중외홀딩스는 최근 자회사인 중외제약과 중외신약 영업사원 전원을 대상으로 매직풍선 만들기 교육을 했다. 막대풍선으로 강아지, 왕관 등을 만드는 ‘기술’을 익혀 소아과 병의원 행사 때 가서 도와주라는 취지다.

이 회사는 상반기 공채에서 유례없이 여성을 영업 인력으로 대거 선발했다. 공채에서 선발된 60여 명 가운데 16명이 여성인데 이 중 10명 이상을 영업에 투입할 방침. 예전에 여성 인력 중 한두 명만 영업에 투입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었다. 중외제약 경영지원본부 신로민 주임은 “병의원의 소소한 이벤트나 의사의 일상을 챙겨주는 감성 영업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남성 중심의 기존 영업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삼진제약은 임직원 150명에게 특급호텔 테이블 매너 교육도 했다. 호텔 식음료팀장이 강사로 나서 식사 매너, 손님 응대 요령을 가르쳤다. 회사 측은 “세련된 비즈니스 감각을 익히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의사들의 영업사원 기피현상이 확산되면서 ‘방어막’을 뚫기 위한 갖가지 방법도 등장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중요한 고객이 이사한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이삿짐을 날라 주기도 하고 만나주지 않는 의사는 퇴근할 때까지 문 밖에서 ‘뻗치기’ 하다 만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자메시지나 e메일 등을 활용해 기념일에 축하 인사하는 것은 기본이다.

리베이트 제공이 어려워진 만큼 약품 정보를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정공법 개발도 한창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의사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제일 잘하는 영업사원을 뽑는 대회를 열 계획”이라며 “의사들도 의약품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솔깃하게 만드는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이미 임상시험이 끝난 제품에 대해서도 마케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추가로 실시하는 이른바 ‘마케팅 임상’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나만의 경쟁력 있는 영업방식’ 개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과거 관행을 완전히 뒤엎어야 한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전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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