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안방속으로… 김연아 ‘환상 점프’ 3D로 즐겨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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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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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가정용 3D TV 25일경 출시TV업계 ‘안방 각축전’ 불붙어“신제품 정보유출 막아라” 철통보안연구소 회의실 창문 모두 백지로 가려업체들, 시장장악 위해 기술표준화 전쟁

18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의 ‘시스템온칩 개발팀’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를 적용한 시험용 3D TV의 화질을 살펴보고 있다. 수원=김재명 기자
18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의 ‘시스템온칩 개발팀’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를 적용한 시험용 3D TV의 화질을 살펴보고 있다. 수원=김재명 기자

발 빠른 소비자라면 26일 ‘피겨 여왕’ 김연아의 밴쿠버 겨울올림픽 출전 경기를 안방에서 ‘3차원(3D) 효과’로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25일 판매에 들어가는 삼성전자 3D 발광다이오드(LED) TV에 2D 콘텐츠를 3D로 전환해 보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3D LED TV를 시장에 선보이는 데 이어 LG전자도 3월 말부터 3D LED TV를 본격 판매한다. 이어 파나소닉은 4월경, 소니는 올여름에 3D TV를 발표할 예정이다. 세계 시장에서 3D TV의 ‘안방 공략’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3D TV의 판매는 3D 대중화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영화 ‘아바타’로 ‘3D 열풍’이 전 세계로 확산된 이후 처음 발표되는 가정용 3D TV 제품이기 때문이다. 종전 모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입체감이 좋아 가족들이 둘러앉아 보기에 좋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3D 관련 업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3D 기술 표준화 경쟁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인텔 등이 가정용 3D TV 판매 활성화를 위해 조직한 컨소시엄 ‘3D앳홈(3D@HOME)’에서는 각 회원사가 자사 기술의 표준화 선정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시장 초기에 자사 기술이 표준으로 선정되면 시장 장악력을 키울 수 있다.

○ 3D TV 개발 현장

3D TV 안방 상륙을 앞둔 18일, 삼성전자 3D LED TV의 요람 ‘시스템온칩(SoC) 개발팀’ 연구소를 찾았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에 위치한 연구소에서는 3D TV의 입체감, 화질, 음향 등을 만들어내는 삼성전자의 독자 기술이 태어나고 있었다.

연구소는 ‘신생아 TV의 거대한 인큐베이터’ 같았다. 점심시간을 10여 분 앞두고 있었지만 수십 명의 연구원들은 여러 대의 대형 TV 앞에서 자리를 뜨지 않았다. 대형 TV에는 밴쿠버 겨울올림픽 경기,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영상이 송출됐다. 연구원들은 TV에 연결된 반도체 회로를 점검하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반도체 구조를 디자인하고 있었다.

연구소는 보안 검사를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지만, 더 철저한 보안을 위해 연구소 회의실 창문은 모두 백지로 가려져 있었다. 회의실 안에서는 한 연구원이 청진기를 든 의사처럼 3D LED TV 신제품 화면에 작은 기기를 대고 있었다. TV에서 나오는 빛의 양과 속도를 감지하는 작업이다.

박세웅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수석연구원은 “모니터에 표시되는 파형의 굴곡과 움직임이 커야 선명하고 생생한 3D의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며 “신제품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강한 반도체가 강한 3D TV로

3D TV의 핵심 부품인 ‘3D용 하이퍼 리얼 엔진’은 TV의 생명인 화질과 음질을 결정한다. A4 용지 크기만 한 초록색 보드 위에 여러 칩들로 만들어진 이 엔진은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반도체 기술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쟁사들은 다른 회사에서 칩을 납품받아 3D TV를 만들지만 삼성전자는 독자적으로 개발해 서로 조화를 이루는 엔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TV의 핵심인 반도체 부문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덕분에 TV에서도 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10년 전 개발된 하이퍼 리얼 엔진은 다양한 종류의 TV 품질을 책임지는 역할을 해왔다. 2000여 명의 TV 개발 인력 가운데 칩 개발 인력만 500명에 이른다.

3D용 엔진은 이미 5년 전부터 3D TV의 인기를 예견하고 개발에 들어갔다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현장 연구원들은 “이곳에서는 2, 3년 후 시장에 선보일 TV를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미래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것이 어려운 작업”이라고 전했다.

○ 가정에서 보기 좋은 3D 만들기

기자가 직접 연구소에서 체험해본 삼성전자 3D LED TV의 특징은 ‘입체감 조절 기능’이었다. 메뉴에서 이 기능을 선택하면 볼륨을 조절하듯 3D 입체감을 강하거나 약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어지럼증을 감안한 장치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람에 따라 입체감을 느끼는 정도는 25%가량의 편차가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소비자가 직접 조절하며 편안한 정도의 입체감을 느끼도록 했다”고 했다.

2D 콘텐츠도 3D로 즐길 수 있도록 한 ‘2D-3D 변환’ 기능도 눈길을 끌었다. 아직 3D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채택한 기능이다. 기자가 메뉴에서 이 기능을 선택하자 2D의 축구 경기 콘텐츠가 2D 버전보다 입체감 있게 보였다. 하지만 방송국에서 3D용으로 송출하는 정규 3D 콘텐츠에 비해 입체감이 덜한 2.5D 정도였다.

생생한 3D 콘텐츠를 즐기려면 상반기(1∼6월)에 영화사들에서 서서히 내놓기 시작할 DVD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특히 미국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3D 기술이 표준화된 ‘블루레이 디스크(BD)’ 분야에서 콘텐츠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최근 제휴를 발표한 미국 드림웍스와의 결과물을 상반기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수원=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3D TV 얼마면 소비자 지갑 열까
LED TV와 가격차 크지않아
46인치 400만원대 판매될듯▼


지난해 TV 업계 최고의 히트상품인 발광다이오드(LED) TV는 같은 크기의 제품일 경우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TV보다 100만 원가량 비쌌는데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LED TV가 기존 LCD TV보다 더 얇고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TV 트렌드를 주도할 3D TV가 곧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판매 가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제품 판매 경쟁에 나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계에서는 3D TV가 기존의 LED TV와 비교해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전자업계에서는 3D TV 가격이 같은 크기의 LED TV보다 20만 원가량 비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제품의 경우 46인치는 400만 원대, 55인치는 600만 원대로 예상한다.

LED TV는 지난해 40인치 후반 크기 기준으로 400만 원대에 판매됐다. 지난해 4월에 판매를 시작해 연말까지 400만 대 이상을 팔았다. 제품 단가가 높기 때문에 적게 팔아도 큰 이익을 남겨 지난해 한국 전자업계의 ‘효자상품’이 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LED TV 가격이 점차 인하된 것처럼 3D TV 가격도 떨어질 것”이라며 “요즘은 집 크기와 상관없이 대형 TV를 선호하는 추세여서 판매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소비자가전협회(CEA)의 3D TV 구매 의향과 관련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60%는 3D TV가 일반 TV보다 25% 정도 비싸도 구입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30g 3D안경 이달 출시
기존 무게의 3분의 1
일반 안경위에 걸쳐 쓸수 있어
시력 나빠질 가능성 별로 없어▼



3차원(3D) TV에 필요한 안경은 3D TV의 대중화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안경을 쓰고 시청해야 입체감을 느낄 수 있지만 집에서 TV를 볼 때도 안경을 써야 한다는 점에 불편함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다. 또 눈의 피로 유발 등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 세계 전자박람회 ‘CES 2010’을 참관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현장에서 3D TV용 안경을 써본 뒤 “(3D TV는) 안경이 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25일경 시판되는 삼성전자의 ‘3D LED TV’용 안경은 무게가 30g으로 현재 시장에 나온 3D TV용 안경(88∼90g)보다 훨씬 가볍다. 종류도 소인용, 성인용 등 다양하게 내놓아 남녀노소가 3D TV를 즐기는 데 불편함이 없게 할 예정이다. 유통업계에선 안경 가격이 10만 원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자가 써본 3D TV용 안경은 안경을 쓴 사람도 안경 위에 걸쳐 사용할 수 있도록 눈썹 위치에 걸이가 있었다. 귀 뒷부분에 닿는 안경다리는 부드러운 재질로 돼 있었다. 안경다리 윗부분의 동그란 버튼을 누르면 3D TV 영상이 작동한다. 이 안경은 삼성전자가 대구의 한 안경전문 대학과 산학협동 연구를 통해 개발한 독자적인 3D TV용 안경이다.

3D TV 시청으로 자녀들의 시력 저하를 걱정하는 부모도 적지 않다. 3D 영화 ‘아바타’를 보면서 두통을 호소하는 관객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과 전문의들은 3D TV를 보면 눈이 쉽게 피로해질 수는 있어도 시력이 나빠질 확률은 크지 않다고 말한다.

김안과병원 김성주 원장은 “초점을 맞추기 위해 집중하고,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눈이 피로해질 수 있다”면서도 “3D TV 시청으로 시력이 저하될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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